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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실전', 속은 '꽁트' 제2 롯데월드 화재훈련
참가자 절반이 롯데 직원..연기 나도 스프링쿨러 "깜깜"
2014-09-23 18:32:03 2014-09-23 21:41:35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제2 롯데월드에서 23일 실시된 화재 훈련의 핵심은 ‘실제’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1200여명의 시민들을 참여시키고 47대의 소방차와 특수 구조 차량을 출동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훈련 이후 평가단은 ‘합격점’을 내렸다. 시민들이 모두 8분내에 건물 밖으로 피신하고 소방차들은 골든타임인 5분 안에 도착했다. 롯데 측은 이번 훈련으로 제2 롯데월드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자신만만하다.
 
그러나 이번 훈련이 롯데와 서울시의 말처럼 실제 상황과 유사했고 합격점을 줘야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 측은 인터넷 접수와 현장 접수를 통해 1203명의 시민들이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평일 오전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중 가정주부나 대학생 등 일반 시민으로 보이는 참가자는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직장인 복장을 한 참가자였다. 때문에 롯데 측이 직원들을 훈련에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제2 롯데월드 소방 훈련에서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평일 오전 훈련인데도 회사원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대부분이다.(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김종천 롯데물산 이사는 "현장 교육을 받고 있는 인원 1600명 중 600명이 소방 훈련을 경험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동원 여부보다 훈련 결과를 더 신용 못하게 하는 것은 이들의 훈련 태도다. 롯데 측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마다 200여명의 시민들이 쇼핑을 하는 것처럼 움직이다가 비상 신호가 울리면 대피를 한다고 가정했다.
 
그렇지만 롯데의 생각과 달리 시민들은 대부분 출구 근처에 모여 대피 신호를 기다렸다. 이 덕분에 비상 신호가 울린 후 1분도 지나지 않아 2층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1층으로 내려왔다. 제2 롯데월드의 비상탈출로가 잘 만들어져 시민들이 8분만에 대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스프링쿨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도 의문점으로 지적됐다. 롯데 측과 소방방재청은 연기발원 구역에서 스프링 쿨러가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의 다른 영상에서는 1층 연기 발원지에 스프링쿨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장면도 찍혔다.
 
◇23일 제2 롯데월드 소방 훈련에서 캐쥬어동 1층 발원구역.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들고 여유있게 지나가고 있다. 롯데 측은 발원구역에 스프링쿨러가 작동했다고 말하지만 사진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제2 롯데월드가 임시개장을 한 후에도 소방차가 5분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는 제2 롯데월드가 개장하면 주변 도로 교통량이 평일에는 1.2배, 휴일에는 1.8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휴일에는 제2 롯데월드 주변에서 차량들이 시속 10km 속도로 움직이는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 교통 대란까지 고려해서 소방차 도착 시간을 예상할 필요가 있다.
 
롯데 측은 이번 훈련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에 제2 롯데월드 임시개장 허가를 더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곧 임시개장 허가를 내 줄 가능성이 높다. 제2 롯데월드가 임시 개장을 하더라도 이번 훈련을 근거로 화재 등 재난에 안전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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