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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단협 재개..여윳돈이 없다
2014-09-19 19:00:29 2014-09-19 19:04:51
◇19일 오후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 교섭이 재개됐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지부)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10조원대 '쩐의 전쟁'을 끝낸 현대자동차가 또 다시 난제에 직면했다. 현대차(005380) 노사는 19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잠정 중단됐던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재개했다.
 
이날 교섭은 추석 전까지의 협상 내용을 재점검하는 한편 최대 관건이었던 통상임금 관련해  이견 좁히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별다른 합의 없이 마무리됐다. 오는 22일 다시 교섭을 이어간다.
 
전날 현대차는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인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품에 안으면서 그룹의 숙원인 통합사옥 건립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동시에 대법원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판결로 써야할 비용 부담이 늘었다. 이날 노사간 교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 이유다.
 
현대차는 앞선 18일 재계 1위인 삼성의 끈질긴 도전을 뿌리치고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낙찰 받았다. 출혈은 컸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10조5500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써냈다. 입찰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3인방의 주가가 동반 급락할 만큼 시장의 충격은 컸다.  
 
후유증은 이날 교섭에서도 이어졌다.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한전 부지 매입에 바가지를 쓴 건 전략적 투자가 아니다"며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R&D에 투자했더라면 교섭위원이나 조합원, 심지어 국민들까지도 현대차의 발전 전략에 힘을 모아주었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비용으로 보지 말고 미래 지향적 투자로 인식해 달라"며 "신사옥 건설을 통해 글로벌센터와 콘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전략적 투자"라고 반박했다. 백년대계를 내다본 전략적 투자가 이번 통 큰 결단의 본질적 배경이라는 주장이다.
 
시장 논란도 이어졌다.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5:3:2의 비율로 참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현대차가 7조2378억원, 기아차가 1조1337억원, 현대모비스가 4조2080억원을 보유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 컨소시엄의 현금성 자산이 총 12조5795억원으로, 자산 일부를 유동화한다면 한전 부지 낙찰가 조달은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장기적 투자가치와 부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10조5500억원이라는 입찰가격은 너무 높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오후에는 대법원이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현대차의 당혹감은 커졌다. 통상임금 덫에 갇힌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현대차의 자금 부담을 한층 크게 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그룹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적지만 불확실성 요인은 존재한다"며 "이번 한전부지 낙찰로 인한 현금 조달,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그동안 진행됐던 엔화 약세의 지속 가능성, 수입차의 내수시장 공세 등 다수의 위협요인들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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