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대선 당시 선거 개입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법원은 정치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선거법 위반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전재욱기자.
기자 : 네. 서울중앙지법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 우선 선고결과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 네. 국정원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에게 유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은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습니다.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앵커 : 유죄가 선고된 국정원법 위반혐의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 네. 재판부는 우선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서 국정성과와 국책사업을 홍보한 것은 국정원법에서 금지한 정치관여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활동 가운데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치글에 대한 찬반클릭 1214회, 정치글 게시 2125회, 175개 트윗계정을 이용해 트윗·리트윗 11만3621회입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수행한 사이버 활동의 내용을 보면 국책사업 및 국정성과를 홍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4대강 사업과 한미FTA에 대한 정책홍보가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당적을 유지하고 여당에 소속돼 있던 점에 비춰서 국정성과를 홍보하는 행위는 대통령과 정치적 의견을 함께하는 여당을 지지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북한과 관련한 안보이슈 게시글의 내용이 단순히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정당과 정치인에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비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 재판부가 이른바 ‘원장님 지시, 강조말씀’도 참고사항이 아니라 직접적인 업무지시라고 판단했지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심리전단의 당일 '이슈 및 논지'에 반영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기능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이버 상에서 정치활동을 한 것은 원 전 원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쓴 글에 피고인 원세훈이 지목한 정치적 쟁점이 거론돼 있고, 이를 추진과제로 삼아 지속적으로 이행 실태가 보고 된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앵커-선거법 위반혐의 무죄, 이 부분을 짚어보지요. 정치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 쉽게 이해하기 힘든데, 이렇게 판단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 그렇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법원은 원세훈 전 원장의 정치관여 행위가 지난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고, 문재인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려면 원 전 원장의 행위가 당시 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문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검찰이 입증에 실패한 겁니다.
재판부는 오히려 원 전 원장이 부서장 회의에서 '대선정국을 맞아 직원들을 관리해야 한다', '불필요한 일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자'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들어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운동'과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엄격히 구분하고 있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 양형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뭐라고 설명했습니까?
기자 : 법원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인 여론의 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직접 개입한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것으로서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북한의 흑색선전 활동에 대응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국정원이 심리전단의 잘못된 업무수행방식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공소가 제기된 이후 45번 재판을 열고 증인 32명을 불러 신문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앵커 : 일단 1심은 이렇게 선고가 됐고. 앞으로의 재판 향방은 어떻습니까? 항소심까지 갈까요?
기자 : 네. 이날 판결을 두고 원 전 원장과 검찰 쌍방이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1년이 넘도록 심리가 이뤄진 이 사건은 이제 다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지난 2012년 12월11일 이 사건이 처음으로 불거진 이후 오늘 판결이 나기까지 정확히 640일이 흘렀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그동안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많은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 이날 판결로 18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연루된 사건은 일차적으로 시비가 모두 갈렸습니다.
일단 이 사건을 외부에 처음으로 알린 국정원 전 직원 김상욱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항소심까지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다만, 김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감만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복역중입니다.
사건의 핵심인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는 끝내 형사처벌을 피했습니다.
이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현직 의원 4명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또 검찰은 무죄가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에서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고발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뉴스토마토 전재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