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옛날 글자가 처음 생겨났을 때를 떠올린다.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한 글자로 된 단어를 만들었고, 한 글자가 동이 나자 두 글자, 세 글자로 된 단어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측한다. 그만큼 한 글자로 된 단어는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가까운 것들이라는 설명이다.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 글자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필자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전문성: 남녀노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다. 한 글자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일러스트가 삽입돼 있어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대중성: 사회에 지친 직장인을 위한 '나, 괜찮은 걸까',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여자, 남자, 혼자' 등 다양한 사람을 위한 에세이가 실려있다.
▶참신성: 평소 쉽게 놓쳤던 생각들, 한번쯤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들, 조금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뚱맞은 생각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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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에 담긴 인생의 가치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 철이 드는 게 아니다.
아버지를 다시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든다."
이 글의 제목은 '철'이다. 카피라이터인 작가 정철은 <한 글자>에서 '철'에 대한 뜻을 이렇게 풀이했다. '철'이라는 단어는 계절을 뜻하거나, 금속 원소, 여러가지를 하나로 꿰맨 물건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작가는 사람의 인성을 나타내는 '철'을 봤다.
이 책은 한 음절로 이뤄진 단어에 대한 짤막한 글을 심플하면서도 감동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뒷통수를 한대 탁 맞은 듯한 느낌이나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올 때가 있는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앞도 하나. 뒤도 하나. 하지만 옆은 좌우 둘.
나란히 가는 사람이 두 배 더 소중하다는 뜻.
손잡고 가야 두 배 더 멀리 간다는 뜻."
'옆'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최근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군대 내 가혹행위로 생을 마감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가엾은 청춘들이 생각나는 글이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 중요성 그리고 배려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깨달음을 주는 짤막한 글도 있다. '콩'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이렇게 지적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안 심은 데 안 난다.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심는 것은
콩이나 팥이 아니라
안이다."
이처럼 이 책에 실린 262개의 단어는 대부분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신선함과 억지스러움 사이
한 음절 글자를 통해 새로운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생각 노트를 끄적이듯 적어낸 글들 중에는 다소 아쉬운 글도 있었다. 참신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아전인수격으로 풀어낸 부분도 몇 군데 보였기 때문이다.
인생을 얘기하는 첫번째 챕터 '인생에 대한 예의'에는 이런 글이 실려있다.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하려면 머리에 새똥 맞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이 의미하는 한 글자는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제목은 '똥'이다. 어떻게 보면 참신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거미줄에 걸려 말라 죽은 나비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답이 없다.
꿈꾸지 않는다. 죽었다. 같은 뜻."
'꿈'이라는 이 글에서 독자들은 어떤 깨달음 혹은 감동을 얻었을까.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분명 이 책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감정과 교훈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이따금 억지스럽거나 끼워넣기식들의 글들이 보인다면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하자.
책 속 밑줄긋기
"콩 심은데 콩 나고/팥 심은 데 팥 나고/안 심은 데 안 난다.
기적을 기대하는 사람들이/가장 많이 심는 것은/콩이나 팥이 아니라/안이다."(콩)
"앞도 하나. 뒤도 하나. 하지만 옆은 좌우 둘.
나란히 가는 사람이 두 배 더 소중하다는 뜻.
손잡고 가야 두 배 더 멀리 간다는 뜻."(옆)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를 때 철이 드는 게 아니다.
아버지를 다시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순간부터 철이 든다."(철)
"결혼은/격이 맞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결이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다.
격혼이 아니라 결혼이다."(결)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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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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