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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세월호 적극 위로' 불구, 여권 여전히 완강
교황 찬사 일색..'유족 위로' 교황 메시지 무시
박 대통령 결단 없이는 태도 변화 어려워
2014-08-18 17:19:55 2014-08-18 17:24:32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출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교황의 뜨거운 관심으로 잊혀져가던 세월호 참사는 다시 높은 관심을 받게 됐다.
 
교황은 이날 출국에 앞서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10명을 위한 묵주와 편지를 남겼다.
 
교황은 편지에서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밝혔다.
 
이어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느님을 향해 실종자들의 이름을 열거한 후, "하루 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후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News1
 
교황은 지난 14일 방한 첫날부터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첫날 서울공항 환영 행사에 세월호 참사 유족을 초청했고, 환영 행사에서 만나 유족들의 두 손을 꼭 잡고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교황은 또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에 앞서 세월호 참사 유족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유족으로부터 받은 노란 리본 배지를 출국할 때까지 가슴에 달았다. 미사에서도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대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성모님에게 의탁한다"고 기도했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식 카퍼레이드 도중에는 차에서 내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손을 부여잡고 위로했다. 교황은 김 씨가 준 편지를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카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린 것은 그때가 유일했다.
 
17일에는 교황청 대사관에서 안산 단원고 희생자 이승현 군의 아버지인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세례명도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로 했다. 18일 출국 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미사에서도 세월호 유족을 초대해 위로의 기도를 했다.
 
교황의 각별한 관심으로 세월호 참사는 다시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진전은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며 정치권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공항에서 지난 14일 교황을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세월호'는 없었다.
 
교황의 방한과 관련해 온갖 찬사를 늘어놨던 새누리당 역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입장에선 한 치의 변함이 없이 '조속한 처리'만을 고집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김영오씨가 교황에게 직접 건넨 편지에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정부여당이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히 호소한 내용은 철저히 외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카 퍼레이드 도중 오픈카에서 내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34일째 단식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47)씨를 위로하고 있다.(사진=교황방한위원회)
 
김 씨는 교황이 떠난 직후인 18일 오후, 단식 장소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으로 요청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께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우리를 위로해달라"고 말해,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이는 새누리당의 완강한 태도도 그대로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그러나 교황 방한 마지막 날인 이날도 여권의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유족을 더 적극적으로 자주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회만 된다고 하면 자주 뵈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은 다른 국정이 있겠으나,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선 소홀함이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야당으로부터 결단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오히려 "새정치연합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해,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양보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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