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화섬업계가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PTA는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필름 등의 원료로, 파라자일렌(PX)을 가공해 만드는 중간재다.
최근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 수요 부진과 함께 국내 업체들의 공급처였던 중국이 대규모 증설을 단행하는 등 이중고가 겹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효성에 따르면, 2분기 화학부문의 영업이익은 2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급감했다. 효성의 화학부문은 폴리프로필렌(PP)·탈(脫)수소 제품(DH), PTA, 패키징 등 세 가지 사업으로 구성되는데, 2분기 PTA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효성 관계자는 "PP·DH, 패키징 사업 부문은 수요 증가로 인해 2분기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PTA는 매출과 판가 약세가 지속됐다"면서 "폴리에스터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지속된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다른 PTA 업체들도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TA에 대한 내부 수요의 유무에 따라 수익성이 극명하게 대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체 소화 물량이 없는 기업의 경우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데, 최근 중국 내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685만톤에 이어 올해 194만톤, 내년 340만톤 등 총 1219만톤 규모의 PTA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당초 부족분이었던 500만톤 규모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이 부족분을 메꿔왔는데, 증설 물량이 쏟아지면서 판로를 잃을 처지로 내몰렸다.
국내에서는 현재 삼성종합화학이 200만톤으로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이어 삼양사 계열인 삼남석유화학(180만톤), 롯데케미칼(105만톤), 태광산업(100만톤), 효성(42만톤)의 순이다. 이가운데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PET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효성은 PET과 폴리에스터 생산을 통해 자체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편이다.
반면 내부 수요가 없는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SK종합화학의 자회사인 SK유화가 지난달 초 울산석유화학단지 내 있는 52만톤 규모의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SK유화는 공장을 멈추고 재가동과 매각 등을 저울질 중이다.
SK유화 관계자는 "세계경기 회복 지연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폴리에스터 산업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PTA 신·증설 증가로 경제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면서 "현재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철수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오는 2020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발을 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석유화학과 태광산업 등은 중국 외 지역으로 수요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중동과 유럽 지역으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화섬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처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PTA 업체들의 부진은 국내 파라자일렌 업체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