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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별곡..사기분양 vs. 원래 계획대로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급행'아닌 '일반'역으로 개통
마곡지구 입주예정자 "급행역이라고 해서 분양받았다" 주장
서울시 "원래 일반 정차역으로 계획됐다"
2014-05-22 17:03:03 2014-05-23 13:06:42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개통을 앞둔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급행역이 들어온다고 해 분양받았다는 마곡지구 입주예정자들과 애초부터 일반역으로 계획 돼 있었다는 서울시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다.
 
22일 시에 따르면 9호선 마곡나루역은 지난 14일부터 시운전에 들어가 오는 24일 본격적인 개통을 앞두고 있다. 급행 열차가 서지 않는 일반 정차역으로 마곡나루역 이용시 여의도까지 20분, 강남까지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이를 놓고 마곡지구 입주예정자들은 단단히 뿔이 난 상태다. 분양받을 때부터 급행역이 예정 돼 있다는 말을 믿고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강서구 마곡동 일대 336만㎡ 부지에 미래지식 첨단산업단지와 국제업무지구, 배후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으로 수용인구만 3만4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서울시 SH공사는 이곳에 1~7, 14·15단지 등 총 9개 단지, 2854가구를 분양했다.
 
4단지를 계약한 한 입주예정자는 "급행역이 들어온다고 해 직장이 강남에 있는 남편을 설득해 계약했다"며 "다른 광고나 기사에서조자도 마곡나루역이 급행으로 나와 있던데 처음부터 일반역이었다면 왜 묵인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6단지를 계약한 입주예정자도 "다른 단지 고층과 6단지 저층 중에 급행역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6단지를 선택한 것"이라며 "이정도면 명백한 사기분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마곡나루역이 인접해 선호도가 높았던 7단지를 비롯한 일부 단지들의 시세가 조정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입주가 임박해 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웃돈이 1억원 넘게 붙었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급행 열차가 지나지 않는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곡지구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곡지구는 인근 업무단지를 제외하면 거의 강남이나 여의도 출퇴근 수요"라며 "급행역이 아니고 공항철도 환승역도 언제 될 지 몰라 프리미엄 5000만원정도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매도를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프리미엄이 6000만~7000만원, 로얄동 로얄층 물건은 1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지만 일부 단지의 경우 프리미엄을 3000만원까지 낮춘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민간사업자의 실수를 5년간 방치?
 
이에 대해 시는 마곡나루역은 당초 계획부터 일반 정차역으로 설계됐으며, 중간에 계획이 바뀐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9호선을 설치한 민간사업자가 시공상 오류를 범했고, 이를 개통 시점이 돼서야 발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 현장을 찍은 사진에는 마곡나루역이 급행역임을 알리는 표시가 여러 군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 표식을 가려놓은 상태다.
 
 
 
    
◇마곡나루역 현장
(위: 2009년, 아래: 현재)
(사진=입주예정자 커뮤니티)
 
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 25개역이 개통할 계획이었지만 마곡지구 개발이 늦어지면서 마곡나루역을 제외한 24개역만 운행하다 입주에 맞춰 개통하려는 시점에 이같은 오류를 발견한 것"이라며 "향후 마곡지구 개발에 따른 수요를 감안해 급행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사업자인 메트로9역시 시공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마곡나루역이 급행역이었다 일반역으로 격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메트로9 관계자는 "시공상 오류는 게시물 일부에 국한된다"며 "역사 설계나 시설 부분은 모두 일반 정차역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곡지구 입주예정자들은 마곡나루역 설계 방식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마곡나루역이 급행열차 운행의 기본요소가 되는 대피선과 쌍섬식 승강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대피선은 속도가 빠른 급행열차가 앞서 달리는 완행열차를 따라잡을 시 완행열차가 잠시 비켜설 수 있는 시설이며, 쌍섬식 승강장은 승강장의 양쪽이 선로에 접하는 섬식 승강장을 옆으로 2개 이어붙인 형태로, 완급 운행을 실시하는 노선의 역이나 두 노선이 평행하게 만나는 환승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메트로9 관계자는 "마곡나루역이 급행 열차가 지나는 가양역과 동일한 쌍섬식 승강장 구조를 가진 것은 맞지만 대피선은 아니며, 쌍섬식 승강장이라고 해서 다 급행 정차역인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사기분양 덤터기 쓸라 바쁜 건설사들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광고와 다르다며 건설사를 지적하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곡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데에는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도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마곡나루역이 일반역으로 개통되면서 급행역이 들어온다 광고했던 사업장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많은 건설사들이 마곡나루역을 급행역으로 표기했으며, 언론 보도자료 역시 급행역이라는 말을 쓴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메트로9은 지난달 건설사들에 시정 조치를 내린바 있다.
 
◇마곡지구 오피스텔 분양광고 (위: 급행역 표기, 아래: 급행역 삭제)
 
메트로9 관계자는 "마곡나루역이 일반역으로 개통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마곡지구에 분양하는 업체들에 지난 4월 광고를 시정하라 안내했다"며 "분명 처음부터 일반역으로 예정됐던 사항인데 건설사들이 왜 급행역이라 광고했는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5년이나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의혹을 제기할 만 하다"면서도 "서울시와 SH공사를 비롯한 공급자들이 계약서에 마곡나루역이 급행역이라는 것을 명기하지 않는 한 입주자들에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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