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 열리는 목동구장, 주변 주민들에겐 '재앙'이었다
입력 : 2014-05-16 10:12:57 수정 : 2014-05-16 10:17:04
◇목동아파트 530동에서 바라몬 목동야구장의 낮과 밤 풍경.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NC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지난 7일 저녁 기자는 목동야구장이 보이는 목동5단지 아파트 한 가정을 방문했다.  
 
흐린 날씨로 인해 이날 야구장을 찾은 관객 숫자는 모두 1830명(KBO 집계)에 불과했지만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방음용 삼중창을 넘어 집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과연 삼중창을 설치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경인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국회대로의 자동차 소리는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묻힐 정도였다.
 
야구장 불빛 때문에 형광등을 굳이 켜지 않더라도 집안은 매우 환했다. 창문 밖에 야구장이 보이는 목동5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빛공해(Light Pollution)'에 예전부터 시달려 온 것이다.
 
20년째 이 집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54)씨는 "사실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은 가족 모두가 피신(?)하는 날이다. 아들은 독서실에 보내고 나는 어머니·아내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간다. 기자님이 취재를 오겠다고 해 오늘만 집에 남았던 것"이라며 "직접 와서 느끼니 이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 지 아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경기는 홈팀 넥센이 24-5로 크게 패했다. 흐린 날씨로 인해 6회가 마무리되고 '강우콜드 게임'으로 마쳤음에도 그렇다.
 
김 씨는 "넥센이 대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속이 시원하다. 아마 510~514동, 529~533동, 613~614동 주민들이라면 대부분 오늘 경기에 쾌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지역 주민 다수는 자기 팬이 있건 없던 넥센의 상대 팀을 응원한다. 넥센으로 가정의 일상이 파탄나는 지경에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넥센의 태도에 서운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동야구장이 보이는 목동아파트 5·6단지 사잇길의 낮과 밤 풍경. 사진에 외야 중앙 전광판 뒷면이 보이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삼중창'에도 해결되지 않는 소음, 정서불안 시달리는 아기와 강아지
 
<뉴스토마토>는 이번 취재를 위해 한 달여에 걸쳐 넥센의 야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목동구장이 직접 보이는 530동과 주변의 여러 아파트를 방문했다.
 
동, 향(向), 층 등을 옮겨가며 직접 체험한 끝에 기자가 내린 결론은 "야구 경기로 즐거운 사람도 있지만 야구 경기가 평화로운 일상을 파괴하는 가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히어로즈야구단이 목동에 오기 전부터 살던 사람은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 명악관화했다.
 
직접 만난 지역 주민들의 다수는 울분을 토로했다. 이제 15년째 533동에 산다는 박모(59)씨는 "국회대로로 인한 소음과 분진 등은 버틸만 하다. 창을 닫으면 나름 해결될 문제"라며 "하지만 야구 경기는 답이 없다. 삼중창을 닫아도 해결되지 않는 소음과 밤에도 집을 비추는 환한 빛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은 어린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513동에 사는 이모(15)군은 "야구장과 수직으로 바라보는 동에 살지만 무척 시끄럽다. 베란다가 삼중창인 데다 내 방은 집의 안쪽에 있다. 그렇지만 닫지 않으면 정말 시끄럽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529동 사는 친구는 TV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주말로 낮 경기가 진행된 지난 11일 기자는 514동의 어느 집을 찾았다. 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수시로 짖어댔다. 특히 타자가 적시타를 치면서 함성 소리가 커지면 짖는 소리도 커졌다. 주인이 강아지를 잡지 않으면 강아지는 거실을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뛰어다녔다.
 
김모(51)씨는 "(강아지가) 야구 경기가 열릴 때만 이렇다. 쩌렁쩌렁한 소음과 불빛에 정서불안의 증세가 오는 것이다"라며 "연장전을 가는 것이 고역이다. 넥센이건 어디건 좋으니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 한다. 넥센이 떠나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현재로선 '비인기팀과 빠른 시간에 마치는 경기'가 현실적인 최선"이라고 말했다.
 
◇목동5단지 남쪽에 설치된 방음벽. 하지만 이는 경인고속도로 시점(신월IC)와 연결되는 국회대로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에 그친다. 설령 야구장 소음 차단을 위해 방음벽을 설치해도 15층 이상의 높은 방음벽을 설치해야 해 완벽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 경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다음날 일상이 비몽사몽"
 
그렇다면 목동5·6단지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 자료는 없을까. <뉴스토마토>는 양천구의회와 양천구의 자료를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해 이뤄진 이 조사는 야구장 내에서 진행되는 경기로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는 530동과 주변 511·514동 등지에서 이뤄졌다.
 
자료를 보면 소음은 모든 곳에서 75㏈이 나왔다. 전화벨 소음이 70㏈이고, 지하철 소음이 80㏈이다. 
 
게다가 야구 경기는 대부분 3시간을 넘긴다. 연장전을 가면 더욱 늘어난다. 평일 경기는 통상 오후 6시30분 시작해 오후 10시 전후로 마치는데 연장전이 열리면 오후 11시를 넘기곤 한다. 경기가 끝나도 각종 시상식과 정리 등을 포함한다면 실제 야구장 폐장은 더욱 늦어진다.
 
지난 2008년 6월12일 KIA와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은 대한민국 최초의 '1박2일' 경기가 진행됐다. 이 경기는 다음달 새벽 0시49분 연장 14회말 1사 만루의 상황, 강정호의 끝내기 안타로 간신히 종결됐다. 공식 경기시간 5시간22분(우천 중단 55분 - 오후 8시37분~9시32분 - 제외)의 초장시간 경기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대다수 관중이 귀가한 상황에서도 오로지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경기하는 선수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날 목동5단지 주민 다수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530동에 살던 이모(56)씨는 "히어로즈도 양심은 있는지 앰프는 끄더라"며 "그래도 전등은 환하게 켜뒀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야구장 빛이 워낙 환하니 그 시각에 커튼을 다 치고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다음날 회사에서 비몽사몽하며, 힘겹게 하루를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 경기 후 이 씨는 이사를 결정했고 현재는 다른 곳에 산다.
 
◇목동5단지 아파트의 평온한 풍경. (사진=이준혁 기자)
 
◇"넥센의 사과는 없었다..표로 메우려 했고 형식적 '소통의 시늉'만 행했을 뿐"
 
<뉴스토마토>가 취재하며 만났던 목동5·6단지 대다수 주민들은 넥센 히어로즈 야구단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마찬가지였다. 이웃과 친구가 수십년간 살아왔던 오랜 삶의 터전이라 어쩔 수 없이 계속 사는 것이라는 말이 씁쓸하게 들렸다.
 
526동에 사는 윤모(39·여)씨는 "526동은 그나마 앞의 두 동이 막아줘 소음 피해가 크지는 않다"면서도 "그래도 인기 팀으로 불리는 팀과 경기를 치르면 문을 열지 못한다. 목동의 장점이 '녹지가 많다'는 것인데 문을 열면 소음이 들어오니 절대로 문을 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다는 윤 씨는 곧 기간이 만료되면 더욱 뒷 동의 아파트나 2~4단지 등지로 이사가려 한다고 토로했다.
 
513동에 사는 박모(14)군은 "어머니께서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방문도 방음문으로 붙인다 말하셨다. 제 방 벽에 붙인다면서 흡음재도 알아보셨다. 아버지는 카센터에 가서 넥센타이어는 빼고 살피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넥센은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원만하게 행했던 것일까.
 
15일 통화한 넥센 관계자는 "평소 마케팅 담당 부서원들과 임원들이 지역에 들러 이해를 구해왔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제는 동감하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일부 주민들이 문제"라며 "끝까지 싫다고 하는 주민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성의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안 되는 것 어떻게 해야하나. 우리(넥센히어로즈)도 나름 할만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달 동안 취재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530동에 사는 최모(51·여)씨는 "처음에는 경기장 무료입장 등의 혜택이라도 줬다. 하지만 그것을 좋아한 사람은 백의 두 명도 안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후 구단이 자리잡히니 이제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박원순 시장이 '현장시장실'로 와서 원성을 듣고 갔던 이유다. 서울시가 넥센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513동에 산다는 익명의 한 시민은 "주민과의 대화, 초기에는 뭔가 시늉은 했다"며 "이후 시늉이라도 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고척돔에 안갈 수 있단 이야기는 우리에게 재앙이다. 6.4지방선거에서 우린 넥센을 고척돔에 빨리 옮겨주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센의 고척돔으로의 이전은 쉽지 않아보인다. 넥센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고척돔 이전에 대한 이야기엔 "그래서(지역 주민들이 워낙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우리도 고척돔의 이전을 염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 사용료·광고권·개보수 등의 문제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제반 상황에 따라 목동에 계속 있을 수도 있다. 우리(넥센히어로즈)가 시와 지역주민에 끌려다니는 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목동야구장은 외야가 없는 야구장으로 목동아파트 5·6단지와 가깝다. 오른쪽 아랫 사진에 530동이 보인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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