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더 나빠진 중소기업 산재..20년만에 제도 개선하는 고용부
2014-05-13 14:58:11 2014-05-13 15:02:35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산재 발생의 9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가 올해 중소기업주간(5월 셋째주) 맞이 첫 행사로 안전문화 다짐대회를 열었다. 안전문화 개선에 '선제적' 결의를 다지겠다는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 구호에만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중소기업계가 안전불감 문제를 꾸준히 지적 받아왔음에도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져왔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소기업계의 산재 문제 해결에 늑장을 부려왔다. 20년이 지나서야 50인 미만 사업장에 안전 전문인력 도입지원과 산재보험요율 할인 약속을 지켰다.
 
◇12일 2014년 중소기업주간 첫 행사 '안전문화 다짐대회'에 참석한 방하남 장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구자옥 중기중앙회 대전충남지역회장, 한정화 중기청장(왼쪽 다섯 번째부터),(사진=중소기업중앙회)
 
13일 고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대부분(94%)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을뿐 아니라 대기업과 격차도 더 커져, 현재 중소기업 산재발생율이 대기업보다 약 4배나 높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만 전체 산재의 81%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부는 정비나 유지 보수 등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가 확대되며, 하청 중소기업의 중대재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과의 하도급 계약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계 특성상, 안전 관련 비용을 줄이는 것이 비용효율화의 관습으로 굳어져 왔기 때문이다. 실제 20년 전인 '95년 전체 산재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4% 정도로 지금보다 사정이 나았다.
 
지난 1993년 한국에서는 '밝고 건강한 무재해 일터 만들기 1천만명 서명운동'이 일었다. 이듬해 '저비용 고효율 산재예방기법'이 보급됐고, 연이어 '산재예방 협력업체와 함께'라는 캠페인이 추진됐지만 뚜렷한 산재감소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95년 선박수리 작업을 하던 하도급업체 근로자 19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에, 당시 노동부 산업안전 책임자인 장선식 국장과 심현영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장, 이영순 서울산업대학교 교수, 한창석 노총 산업안전보건국장 등 4명의 전문가는 좌담회를 열고, 중소기업 산업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좌담회에서는 "현장관리 강화·시설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며 "산재보험개별요율 적용을확대하고, 중소사업장 전문인력 보강에 급선무를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년이 지난 현재,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야 고용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어제인 12일 안전보건지원자 지정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 20년 만의 성과다.
  
'안전보건지원자 지정제'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지원자를 지정해 사업장 안전점검, 근로자 건강관리 등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자체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보건 전문 인력을 새롭게 채용하면 1년에 1인당 1080만원의 채용지원금을 2년에 걸쳐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간 특정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사업주에 1년 간 108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왔지만, 안전보건 인력에 대한 지원한다는 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10~50인 미만 사업장에 우선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재예방요율제를 확대·보급하기 위해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한다. 산재예방요율제 역시 올해부터서야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도입됐다. 마찬가지로 약속을 지키기까지 20년이나 걸린 셈이다.
 
산재보험요율은 산재 예방 및 실제 성과에 따라 개별 사업주에 다르게 적용된다. 산재줄이기에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예방요율제와 실적요율제 등 2개 제도를 운영중이다.
 
먼저 산재예방요율제는 사업주가 안전보건교육을 이수(10%)하거나 사업장 내 위험요인 등을 분석(20%)해, 이에 따른 개선 계획을 제출하면 산재보험요율을 낮춰 주는 제도다. 사업주는 노력 여하에 따라 최대 20%까지 요율을 낮출 수 있다.
 
개별실적요율제는 과거 3년 간 실제 산재가 발생한 기록 등을 보고, 산재보험요율을 할인 또는 할증해주는 제도다. 큰 규모의 사업장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이 제도는 지난 2009년2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됐다.
 
한편, 개별실적요율제에 따른 수혜가 대기업 몫으로만 돌아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은 지난해 "상위 20대 기업의 산재보험료 감면액이3460억원(30.4%)에 달한다"며 "산재를 은폐하거나 위험업무를 외주화해 산재율을 낮춘 대기업들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박종일 고용부 산재예방정책과 사무관은 "일부 그런 지적이 나온다"면서도 "예방활동만하면 요율을 할인하는 것은 맞지만 할인 인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종일 사무관에 따르면, 요율 할인의 취소 사유중에는 산재은폐로 공표된 사업장이 포함돼 있다. 근 3년 간 산업재해 관련 보고를 2회 이상 하지 않은 사업장은 공표대상이 되는데, 이들 사업장에 대해서는 인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사무관은 이어 "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해 산재로 의심되나 건보로 처리한 것은 체크해 를 고용부 차원에서 감시를 나가 적발할 수 있다"며 "중대재해의 경우 작업정지까지 요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