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감옥에 복역 중이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5) 전 유코스 회장에 대해 새로운 혐의가 적용되면서 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5년 시베리아 형무소로 떠났던 호도르코프스키가 지난 3일 모스크바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동업자였던 플라톤 레베데프와 함께 200억 달러 상당의 돈세탁과 수백만 t의 석유를 횡령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정에 서게 된 것.
유죄가 인정되면 그는 22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크렘린궁과 러시아 정부 내 그의 적들이 그를 영원히 교도소에 가둬두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검찰과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 기피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호도르코프스키의 첫 사건을 맡으면서 정치적 모사꾼으로 비난을 받았던 주임검사 2명이 다시 이번 사건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이 재판이 끝나려면 반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고 쉽게 자유를 허락받을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와 대립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여전히 최고 실력자로 건재한데다 한때 부와 권력을 움켜줬던 올리가르흐(과두재벌)들이 그의 몰락 이후 크렘린에 충성을 맹세하거나 아예 망명하면서 푸틴을 위협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단지 호도르코프스키 쪽에 희망이 있다면 지난해 5월 취임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가 현실에서 어느 정도 작동해 주느냐 하는 것이다.
취임 일성으로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에 만연된 부패와 법적 허무주의 척결을 약속했고 이런 발언은 강하지는 않았지만 푸틴에 대한 간접적 비난으로 해석됐고 둘 사이에 불협화음을 낳을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호도르코프스키의 변호인들도 그가 무죄이며 새 혐의가 불합리하다는 주장 외에 꺼내 들 카드는 현재까지 없어 보이며 법원이 합리적이며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 주기를 바랄 뿐이다.
따라서 이번 호도르코프스키 재판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말이 진실인지를 가늠할 수 있고 대통령과 총리 간 권력 역학 관계를 엿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정부 관리들 사이에 이전과 달리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정상적(normal) 반대로 가려는 시도와 국제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응과 독립된 사법 시스템 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2003년 사기와 탈세 혐의로 체포돼 2005년 5월 8년형을 선고받았고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였던 유코스는 그의 체포 후 330억 달러의 세금폭탄을 맞고 2006년 파산했으며 자산 대부분은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에 흡수됐다.
서방은 호도르코프스키의 투옥이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자산 국유화 계획 및 정적(政敵) 탄압의 결과라고 보고 있으며 그 자신도 푸틴을 비판하면서 야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8월 법원은 그에 대한 가석방 신청을 기각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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