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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K팝 산업, 위험 요소는 없을까
2014-04-09 12:41:44 2014-04-09 12:45:59
◇지난 4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그룹 샤이니의 콘서트가 열렸다. 8000여명의 팬들이 뜨거운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우리 가수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여는 것도 이젠 드문 일이 아니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활약을 펼치던 한류 스타들이 북미, 중남미 등 다양한 곳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남미 투어를 진행 중인 그룹 샤이니는 지난 4일엔 멕시코, 6일엔 칠레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구 반대편의 팬들이 우리 가수의 노래와 몸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나가는 K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화려한 성장 뒤에 감춰진 위험 요소들이 없는지 돌아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가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세방 빼고 빚더미에..일부 기획사들만 '대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3대 가요 기획사인 SM, YG, JYP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최근 3년 사이 약 두 배로 증가했다. 2010년 864억원이었던 SM의 매출액은 2013년 1643억원이 됐고, 같은 기간 동안 YG의 매출액은 448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늘었다. JYP의 매출액 역시 102억원에서 178억원으로 뛰어 올랐다.
 
우리 가수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얻고 있는 인기가 고스란히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싱글 앨범 한 장 내는데 3억이 든다. 마음 같아선 남들 다 하는 아이돌 그룹을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선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전세집을 뺐다”거나 “대출을 받아 빚더미에 앉았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대박'을 노리고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콘서트나 행사 등을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은 일부 인기 가수들이 소속된 기획사들"이라며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수익 구조가 불투명해 애를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제작자들이 있는데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도 일부 기획사들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들..잠재적 표절 위험도
 
현재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들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에 진출한 아이돌 그룹들의 팬층이 겹쳐 우리 그룹들끼리 '나눠먹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눈앞의 성공을 쫓아 판에 박힌 듯한 그룹들을 만들어낸 결과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스타일 역시 비슷하다. 히트 공식에 따라 찍어낸 듯한 노래들이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히트를 원하지 않는 제작자나 가수는 아무도 없다”며 “요즘의 트렌드와 대중의 입맛에 맞춰 노래를 만들다 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존의 노래들과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나오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선 잠재적인 표절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절 논란이 대외적으로 불거진다면 K팝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수도 있다.
 
소속 프로듀서에게만 곡 작업을 맡기던 대형 기획사들은 최근 들어 외부 프로듀서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비슷한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SM은 소녀시대, 엑소 등 대표 소속 가수들의 타이틀곡을 해외 프로듀싱 팀인 더 언더독스에게 맡겼다. JYP 역시 지난 2월 발표된 소속 가수 선미의 새 앨범 타이틀곡을 외부 작곡가인 용감한 형제의 노래로 결정했다.
 
◇베테랑 가수 설 자리 없어..다양한 장르·세대 공존 필요
 
어느 분야든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진 대사가 잘 이뤄져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가요계의 경우, 베테랑 가수들이 설 자리가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음악 프로그램과 방송 프로그램 등은 모두 아이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베테랑 가수들은 방송보다는 국내 콘서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자꾸 얼굴을 비출 곳이 있어야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데 베테랑 가수들에겐 이것이 쉽지 않다.
 
한 가요 관계자는 “K팝이라고 하면 아이돌만 떠올리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편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들이 설 무대가 없다"고 했다.
 
이어 "국내 가수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해외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을 유지해나가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좀 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해외에서의 K팝의 인기도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수들 중 아이돌이 아닌 팀은 록밴드인 YB가 거의 유일하다. YB는 지난 2월 '담배가게 아가씨'를 영어 버전으로 작업한 '시가렛 걸'(Cigarette girl)을 발표하며 영국과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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