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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가투명해야 시장이산다)②독립성 잃은 외감인, 투명성 '요원'
감사인선임위·감사위 '유명무실'..한국 투명성 세계 최하위권
기업, 전문인력 확보 인식 결여..수임료현실화·감사인지정제 찬반 '팽팽'
2014-03-27 10:00:08 2014-03-27 11:07:38
[뉴스토마토 김보선·서유미기자] 한국의 회계투명성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는 60개국 가운데 58위를 차지했고,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는 148개국 가운데 91위에 머물렀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낮은 회계투명성의 배경으로 잘못된 관행을 꼽는다.
 
특히 그 중에서도 외부감사인과 기업 사이의 소위 '갑을' 관계가 핵심이다. 인력관리와 보수의 비현실성, 회계 제도적 환경의 제약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국제적인 회계 투명성 평가에 대해 신빙성 논란은 있지만 한국의 경제 성장 수준과 비교하면 순위가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회계투명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성 상실한 외부감사인 선정.."갑을관계 고착"
 
전문가들은 외부감사인의 선정 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환경이 낮은 회계투명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감사인을 선임하는 절차로는 감사인선임위원회가 있는데, 3년에 한번 열리기 때문에 경영진을 견제하기 어렵다. 
 
황 교수는 "3년에 한번 열리는 감사인선임위원회는 위원 스스로가 선임 여부를 잘 모를 정도로 실효성이 없는 절차"라며 "외국에는 상시적인 감사위원회를 통해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상시적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한다. 다만 경영인의 결정에 대한 승인 권한만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감사위원회와 감사인선임위원회 자체가 개설되어 있지 않거나 대부분이 유명무실하다"며 "감사인 선정 과정 자체에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선의 한 회계사는 "기업에서 제시한 자료 이상을 요구하는 등 깐깐한 감사를 진행하면 담당 회계사 교체 요구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기업과 앞으로도 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회계법인은 목소리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에서 회계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금융사의 전문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진제공=뉴스토마토DB)
 
◇기업 회계전문인력 '부족'..감사수임료도 '비현실적'
 
현실적인 한계는 인력과 보수 문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은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는 등 외부감사가 제 기능을 상실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회사의 회계 담당 전문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개 국내은행과 10대 대형 증권·보험사의 회계 전문 인력은 평균 1~2명 꼴이다. 그나마 수협, 한국투자증권,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LIG손해보험(002550), 한화생명 등 6곳은 전문 인력이 한명도 없었다.
 
최진영 금감원 회계 전문심의위원은 "이번 결과를 보면 일부 규모가 큰 금융사마저도 재무제표 작성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업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같은 전문 인력 확보의 취약함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일한 외부감사인이 감사 계약을 맺는 기간도 증권사는 평균 5년, 은행과 보험사는 각각 7년으로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 그만큼 회계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금감원이 기업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감리한 결과를 보면 '과실' 또는 '중과실'에 의한 위반사례가 전체의 74.5%를 차지했다. 이로 인한 회계오류는 회계 전문 인력을 보강해 처리를 신중하게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감리 결과다.
 
수임료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회계법인간 수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감사인을 바꿀 경우 평균 수임료는 전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제공=금감원)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과 동일한 감사인을 선임한 기업의 평균 감사수임료는 3.0% 증가한 반면, 감사인을 변경한 경우는 평균 8.2% 줄었다. 4대 회계법인에서 기타 업체로 변경한 경우 수임료는 더욱 감소했다.
 
가격위주의 경쟁이 심화됐고 기업 입장에서는 저가 수임료를 제시한 감사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결과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자유수임제도에서는 감사보수가 가장 중요한 계약조건이 되는데 감사보수의 하향과 감사기간의 축소가 감사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유수임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놓고도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사인 지정 사유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행 외감법에서는 ▲감사인 선임기간 내 감사인 미선임 ▲증선위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조치 ▲관리종목 ▲소유·경영 미분리 등의 사유에 대해 감사인을 지정토록 하고 있다.
 
채이배 연구위원은 "감사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감사인의 독립성을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감사수임계약 방법의 변화, 특히 지정제 논의가 더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은 감사수임계약 변경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이승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조사본부장은 "관련 법에서 분식 가능성의 연계가 입증되지 않은 사유에 대해서도 외부감사인을 강제로 지정하게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 담당자 변경과 비용 등이 부담되므로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외부감사인 지정은 그 기업의 부실을 의미하기도 해 자칫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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