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애타는 목마름
2014-03-26 16:20:31 2014-03-26 16:24:44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지난 25일 오전 9시30분 서울 코엑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코엑스 홀 내 전시장으로 모여들었다. 곱게 화장을 한 여대생의 한손에는 이력서가 들렸고, 검정 양복에 넥타이를 빼입은 대학생은 머리칼을 정갈하게 다듬고 있었다.
 
◇25일 코엑스에서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가 시작되기전 로비에 모인 수많은 인파.(사진=이충희기자)
 
현대차그룹이 '2014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25일 시작했다. 올해가 3회째로, 26일까지 이틀간 서울에서 진행한 뒤 내달 9일 광주, 16일 대구로 이동해 박람회를 이어간다.
 
행사시작 시간인 10시 이전부터 행사장 앞 로비는 취업 준비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현장을 찾은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 가운데,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오전 11시 시작된 개회식에 참석해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현대차의 경쟁력은 협력사와의 관계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기업에 우수한 인재 채용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의의를 짚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현장에서 창조인을 꾸준히 육성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채용박람회는 대기업과 협력사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에 실제 면접기회까지
 
개회식이 끝난 뒤 박람회장 곳곳에서는 실제 면접과 상담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200여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수백명의 취업 준비생들의 끊임없는 대화가 오갔다.
 
코엑스 채용박람회장은 크게 3개의 전시관으로 구분된다. ▲서울 박람회에 참여한 약 200여개 협력사의 채용관 ▲면접 이미지 컨설팅과 이력서작성 컨설팅, 직업심리검사, 문서출력, 무료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대행사관 ▲현대·기아차의 동반성장 정책과 협력사의 발전현황, 경쟁력을 알리는 홍보관이다. 
 
기존의 채용박람회가 전시성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던 터라, 이날 행사장을 찾은 취업 준비생들의 의견을 구했다. 대체로 이번 채용박람회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윤수경 씨(김포제일공고·3년)은 부품사 대승의 면접을 본 뒤 "떨렸지만 딱딱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무역부문에 지원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현대기아차그룹을 향해서도 "좋은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진영 씨(한국폴리텍대 자동차학과·2년)는 "취업 컨설팅 관련 강의를 들었는데 매우 유익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이나 면접에 임하는 방법 등에 대해 처음으로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게 돼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관련 자격증을 요구하고 있어 그 부분을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아쉬움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박기훈 씨(영등포공고·3년)는 "3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대부분이 대졸이나 군필자를 채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채용박람회를 통해 경험을 쌓아 좋았지만, 다음에는 고졸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하는 박람회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함께 온 정민오 씨(영등포공고·3년)도 "요즘 기업들이 스펙을 안 본다고 해서 기대해서 왔는데 전공 관련 자격증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된다고 해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현대차그룹 협력사에 "협력사들의 고졸 채용 기회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각 기업들이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충희기자)
 
◇ 1만7000명 채용은 보여주기식?
 
현장에 참여한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 뼈있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지방대학에서 60여명이 함께 버스를 타고 왔다는 손정민 씨(동양대 전자전기·4년)는 "채용박람회와 연계해 1만7000여명을 뽑는다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단지 보여주기 위한 건지 모르겠다"며 "박람회에 참여한 협력사가 200여개고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1개 기업당 80명 이상을 뽑는다는 얘긴데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서 80명을 뽑는다는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함께 온 권태민 씨(전자전기·4년) 역시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권 씨는 "물론 많이 뽑으면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대기업에서도 한 번에 80명을 뽑는다는 게 힘든 시대인데 중소기업 200여곳이 2만명 가까운 인력을 채용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박람회에 참여한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 인팩의 인사 담당자를 만나 문의했다. 설영일 인팩 경영지원팀장은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약 5명 정도를 채용할 예정이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인재들이 더 있으면 더 채용을 늘릴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차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인팩에 채용된 박효승씨도 "지난해 채용박람회를 통해 신입 1명과 경력 3명이 뽑혀 총 4명이 입사했다"며 "인팩의 대규모 공채는 한 번에 약 40명을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팩은 연간 매출규모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현대차 협력사 중에서도 규모로 따지면 상위 그룹에 속한다.
 
현대차 측은 "1만7000여명의 연계 채용 과정은 1차 협력사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는 1차 협력사만 따로 집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서울과 광주, 대구 등에서 협력사 채용박람회에 1차·2차 협력사와 원·부자재 협력사를 합해 약 370여개사가 참여한다"고 말했다.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의 면접 이미지컨설팅 현장.(사진=이충희기자)
 
◇ 중소기업 구인난 덜어줄 기회..대기업의 인력 뺏기 아쉬워
 
설영일 인팩 팀장은 현대차그룹이 이번 채용박람회를 마련해 준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우리 같은 기업들이 취업 준비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이런 자리를 만들기는 더욱 힘든데 그런 면에서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문인력의 대기업으로의 경력직 이동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술력을 갖춘 인력들이 경력을 쌓은 뒤 모비스나 현대차 등 대기업으로 이직해 나갈 때 우리로서는 아쉽다"며 "채용 시장에 자동차 관련 기술전공자들 경력직들의 공급은 적고 기업의 수요는 많기 때문에 관련 기술자들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팩 측은 협력사로의 취업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박효승 씨는 "나는 작년 채용박람회에 올때 오고 싶은 기업을 하나하나 찾아서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만큼 이 기업에 들어오고 싶다는 열정을 보였다. 그런데 오늘 찾아온 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서 그런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학벌이나 스펙보다 이 기업에 들어오고 싶다는 열정을 더 많이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5일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의 채용공고 게시판. 이곳에서 참여하는 모든 협력사의 구인현황을 볼 수 있다.(사진=이충희기자)
 
현대·기아차그룹은 채용박람회 공식 홈페이지(http://hkpartner.career.co.kr)를 통해 구직자들이 행사 참가 등록과 협력사별 현장예비면접 사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 주요 취업컨설팅 전문업체들과 협력사의 채용 활동을 위한 전용 시스템을 운영해 향후에도 협력사들이 우수 인재를 상시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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