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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 직구족 '들썩'..수입 유아동 브랜드 '털썩'
랄프로렌 칠드런 매장 '빼고'·스토케 가격 '내리고'
해외직구 이탈 소비자 가속화..업체들 '멘붕'
2014-03-18 16:07:03 2014-03-18 16:11:19
[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주부 안수진(31)씨는 아이 용품을 구입할 때 더 이상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는다. 자주 사입히던 수입 브랜드 옷을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면 무려 40%나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난 뒤 유모차, 기저귀, 심지어 분유까지 모두 해외직구를 이용하고 있다.
 
안씨는 "이제 백화점에서 정가 주고 물건을 사면 왠지 바가지 쓰는 느낌이 든다"며 "백
화점에 가서 직접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이후 해외직구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업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해외 반입 품목 중 '유아용품 및 의류'가 전체의 약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미시 직구족'들이 국내 소비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수입브랜드 유아용품 업체들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알뜰 주부들이 고가의 수입 유아용품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면서 일부 업체들은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는 사태까지 맞고 있다. 잇따라 가격인하에 나서는가 하면 '노세일' 원칙을 고수하던 업체들도 자좀심을 버리고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직구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랄프로렌 칠드런'은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매장을 철수한데 이어 올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건대점 매장도 뺐다. 핵심 상권 외에도 지난해부터 지방과 수도권 등지 백화점에서도 수익 이 안나는 매장을 계속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0% 이상 역신장 하면서 전격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모차계의 벤츠'로 불리는 스토케도 지난 2012년 대폭 가격인하 이후 추가적인 가격인하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지난해 하반기 또 한 차례 가격을 내렸다.
 
작년 7월 주력 상품인 익스플로리 모델은 기존 169만원에서 159만원, 스쿠트는 99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하했다. 특히 익스플로리의 경우, 최초 가격 인하에 나서기 이전 판매 가격이 189만원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년 새 무려 12% 넘게 가격이 내려간 셈이다.
 
◇'강남 유모차'로 불리는 스토케가 지난 2012년 이후 두 차례나 가격인하에 나서고 있다.(사진제공=스토케코리아)
 
업체 측에서는 다른 나라와 판매 가격대를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 추가 가격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해외직구 타격으로 매출이 줄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해외직구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해외 수입 브랜드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하이체어 '프레스코'로 잘 알려진 미국의 블룸은 지난해 말 국내 론칭하고 신생아 침
대부터 바운서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스웨덴의 토털 유아브랜드 '엘로디 디테일'도 해외직구로 이름을 알리면서 지난해 11월 국내에 상륙했다.
 
유모차, 카시트, 보행기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베베꽁뽀' 도 올 상반기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직구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해외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국내 유아브랜드 업체는 물론 수입 브랜드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해외직구 열풍이 유아영품 업계의 일대 지각변화를 예고하면서 기존 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 업계 관계자는 "유아용품 시장의 경우, 수입 브랜드 비중이 70% 정도를 차
지할 정도로 엄청나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해외직구 바람이 거세지면서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난 업체들도 수두룩할 정도로 상황이 최악"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해외직구로 발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다시 국내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중"이라며 "해외직구에서 누리지 못하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추가적인 가격인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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