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정보 결정권' 완벽 무시되는 기업 홈페이지 수두룩
2014-03-11 14:11:11 2014-03-11 17:32:49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정부가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금융고객이 자신의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정보 결정권'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가고 있어 정부의 정책을 비웃고 있다.
 
올들어 개인정보취급방침 등 홈페이지 이용약관을 개정·시행한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이용자에게 더 불리한 쪽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기업들의 홈페이지 이용약관의 개정 방식이 '자기정보 결정권'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같은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시 된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금융고객은 자신의 정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정보 결정권'을 보장받았다.
 
◇이메일로 약관 변경을 일방 통보받은 회원이 일주일 내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변경된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사진=이메일 갈무리)
 
그러나 실제로는 '자기정보 결정권`이 완벽하게 무시되고 있다. 금융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개인정보취급과 관련해 약관을 개정·시행하는 방식은 사실상 기업의 일방적 시행방식에 따르고 있다.
 
일례로 공중파 방송사의 한 곳인 M사의 홈페이지에는 계약해지 및 이용 제한 약관중 '회원의 고의·과실 없음이 입증돼야 한다'는 조항을 지난 2월15일 추가·개정해 28일부터 적용하면서 회원에게는 같은 달 18일 이메일만으로 고지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개인정보취급방침 등 홈페이지 약관을 바꿀 때 회원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이의제기 기간을 일주일 정도 준다.
 
이 기간내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은 회원에 대해서는 변경된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간주는 사실의 진실여부와는 관계없이 일정한 사실을 기정사실로 확정하는 법률 용어다.
 
서태용 법무법인 청와 변호사는 "추정과 달리 간주되는 경우 추후 입증을 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회원을 탈퇴하지 않는 한 자동적으로 개정된 약관의 적용을 받게 된다.
 
문제는 회원들이 기업이 알려주는 개정된 약관내용을 기간내 파악해 의사 결정하고 이를 표시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기업이 이메일만으로 변경 내용을 일방 통보하는데다 거부의사 표시나 이의제기 기간도 짧아 이메일을 열어보기도 전에 기간이 끝나기 일쑤거나 의사표시를 하기도 전에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이 변경 등의 내용에 대한 통보도 늑장이어서 고객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기간이 4일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유명 인터넷 언론사인 O사의 경우 지난 2월 이용자가 유료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결제 때 입력한 신용카드 정보와 계좌 정보, 결제기록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조항을 17일 신설하고, 24일 시행했다.
 
이같은 사실은 회원 전체 발송 이메일만으로 20일  일방 통보됐다. 회원들이 인지하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었던 기간은 단 4일 뿐이었던 것.
 
특히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약관'과 관련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글로벌기업의 한국지사인 G사의 경우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제 3자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별도 마련된 페이지에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내 정보가 이 회사 외 다른 회사에 제공된다는 사실을 회원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서 변호사는 이와 관련 "자기정보 결정권이 의미를 가지려면 처음부터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인이 자기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이유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기 때문에 개인에게 '선택'으로 맡기면 의미가 없다"면서 "소비자가 약관을 꼼꼼히 읽고 사실상의 정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법에서 강제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한 전문가는 "지난달 24일 차량 리스 약관에서 '간주' 조항을 공정위가 '이용자의 항변권을 침해해온 불공정 약관'으로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개인정보제공에 대해서는 간주조항을 똑같이 불공정 약관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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