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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설 김기춘, '공안'의 진수를 보여준 '왕실장' 5개월
취임 후 '이석기 내란음모'·'채동욱 찍어내기' 등 이어져
2014-01-23 16:20:27 2014-01-23 16:24:1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청와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의표명설이 돌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이정현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이를 부인했지만 사퇴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기춘 실장이 만약 물러나게 되면, 그는 전임자인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 이어 역대 최단명 비서실장 순위 5위에 오르게 된다.
 
김 실장은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막후권력'으로 인식되던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 그룹 '7인회' 멤버가 전면에 등장하며, '신386'(30년대 생, 80대를 바라보는 나이, 60대 사회생활 시작)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되기도 했다.
 
중앙정보부 5국장(대공수사국장)으로 근무했던 '공안검사' 출신의 '유신헌법 설계자'인 김 실장의 임명으로,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본격적인 공안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으로 우려했다.
 
김 실장은 유신시대인 74년 민청학력 사건과 제2차 인민혁명당 사건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했고, 노태우 정부 당시에는 검찰총장으로 여러 공안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대표적 사건은 89년 있었던 '서경원 의원 방북 사건'으로, 당시 검찰은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에게 북한 김일성 주석의 돈이 흘러갔다며 김대중 총재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또 1991년 법무부 장관 재임때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내세워 수세에 몰리던 정권을 궁지에서 꺼냈다. 법무장관 퇴임 이후에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1992년 12월,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한 식당으로 불러 당시 여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유명한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청와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News1
 
김기춘 실장의 취임 후, 야권의 예상대로 공안 당국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공안당국의 첫 표적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8월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몇몇 인사들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에 휘말린 것은 헌정 사상 초유였을 만큼 정치권에 던진 충격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오는 2월17일 선고를 앞둔 이석기 사건은 이른바 'RO 모임'의 성격 등에 대해 여전히 검찰 측과 이 의원 측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법무부는 또 지난해 11월, 이석기 의원 수사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야권은 지난해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직후 '찍어내기' 논란에도 김 실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를 통해 김 실장 임명 전인 6월부터 채 전 총장에 대한 사찰이 시작됐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야권은 채 전 총장의 사퇴를 결정적으로 이끌었던 법무부의 '감찰지시'가 김기춘 실장의 작품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검찰 수장이 감찰을 받을 경우 조직이 흔들린다'며 감찰을 거부하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10월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청와대가 관여한 일이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야권은 이외에도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장 찍어내기, '참고인' 문재인 의원 소환조사 등에서 김 실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나 돌아다니면서 외치에 전념하고, 김기춘 실장이 검찰을 비롯한 내치를 전담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김 실장의 사의표명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김 실장이 개인적으로 심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과 청와대 권력투쟁설이 그것이다.
 
김 실장 외아들이 사경을 헤매는 현재 상황에 더해, 김 실장도 개인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들'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형국이다.
 
김 실장의 사의표명설의 진위는 2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귀국 한 뒤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귀국 직후, 청와대에서 김 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으로부터 국내 상황 보고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은 '사의표명설'에 대해 어떤 식이든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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