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채권운용북(Book)을 작년보다 10~20% 정도 늘리려고 합니다."
신재명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장(사진)은 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채권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조원에 달하던 채권보유액을 최대 15조원까지 확대키로 한 것이다.
이는 대부분 증권사가 최근 채권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몇 번의 기회면 된다"고 말하는 신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까지 묻어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변동성은 주어질 겁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 벌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때문에 올해 시장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게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프로라면 시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제공=신한금융투자)
◇캐리전략에 집중..방향성 매매는 절반
그의 시각에서 채권시장 적정 변동성은 1년에 100bp(1bp=0.01%p)면 충분하다. 금리가 단기에 급등했다 빠지는 기회의 '분수령'은 두 차례 정도면 된다고 했다.
"지난해 역시 상·하반기에 걸쳐 분수령이 있었고 올해 역시 그 정도의 상한폭은 두 차례 정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두 번의 기회 중 하나를 잃더라도 또 다른 하나를 달성하면 목표수준에 있어 절반 이상의 면피는 가능하지 않겠어요."
올해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는 '캐리(이자수익)전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캐리전략은 동일 리스크라면 이자가 높은 채권을 중심으로 매수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금리변동에 따른 손익을 최소화하고 이자수익을 실현하는데 치중하는 전략을 말한다.
"올해는 작년 대비 단기금리 상황이 좋습니다. 캐리수익을 내기에 안정적인 형편이란 것이죠. 상저하고니, 상고하저니 하는 전망은 큰 의미가 없어요. 버는 사람은 벌게 돼 있죠. 능력에 따라 나뉘겠으나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누구나 흥청망청 벌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방향성 매매는 전년의 절반 정도로 줄일 방침이다.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20~30% 축소키로 했다. 모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이다.
목표수익은 전년에 비해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실현한 수익에 비하면 50% 이상 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목표수익은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목표수익이 과도했다는 점, 더불어 올해 시장이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했죠. 이를 위해 순마진 구조를 강화했습니다. 펀딩코스트를 뺀 마진을 합리적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죠."
지난해 어려웠던 시장 상황은 역마진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됐다. 다행히 운용수익을 통해 메울 수 있었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역마진 차단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3년차 FICC총괄본부 '옥석가리기' 본격화
3년차에 접어든 신재명호(號) FICC총괄본부는 올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 조직규모는 총 70여명 정도.
"구성원은 작년과 대동소이한 수준입니다. 상시 구조조정과 함께 추가 기능인력을 충원했기 때문이죠. 전략적인 외부 베테랑 전문 인력 등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엔 창사 이래 최초로 최우수 국고채전문딜러(PD) 자격을 거머 쥐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의 최우수 PD 시상은 반기별 국고채 인수와 시장조성 실적 평가에 의해 선정된다.
"자본금 규모 6위 증권사지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로 인한 자신감도 한몫을 한 겁니다."
모든 결정을 본부 회의체의 주관회의를 통해 정한다. 트레이더 모두의 의견을 개진하게 함으로써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다만 방향성 결정은 신 본부장의 몫이다.
"방향은 하나로 정합니다. 리스크는 물론 있어요. 하지만 제로(0)에 머무는 방향성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입니다. 하나의 방향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만 토론을 통해 그 규모를 줄이면 되는 겁니다. 올해 리스크 관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단 판단에 더욱 정교하게 해나갈 생각이예요."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가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공격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다만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고 했다. 불편하지만 위상 변화에 따른 긍정적 시선으로 보기로 했다는 신 본부장이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채권운용을 담당한 그는 보험사와 외국계 자산운용사, 국내 증권사 등을 두루 거친 채권운용 베테랑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신한금융투자 FICC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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