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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음악의 신' 이상민은 어떻게 '생존의 신'이 됐나
2013-12-22 10:22:18 2013-12-22 10:25:49
◇이상민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해 '음악의 신'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수많은 구설수를 뿌리치고 방송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tvN '더지니어스'를 통해 '생존의 신'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도 얻고 있다.
 
순간 순간 드러나는 재치와 사람을 설득하는 정치력, 상황 판단 능력이 다른 출연진에 비해 돋보인다. 게임이해도도 낮은 편이 아니라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게 이상민은 매회 생존하고 있다.
 
이상민의 실제생활을 들여다봐도 그는 '생존의 신'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룰라 멤버였던 고영욱과 신정환은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방송을 떠났고, 친분이 깊은 탁재훈도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데뷔 때부터 친구였던 듀크 김지훈은 세상을 떠났다. 모두 힘든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상민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8일 만난 이상민은 음식을 오물오물 씹었다. 어금니를 다 뽑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면 이가 다 상했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산전수전'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상민의 인생스토리를 들어봤다.
 
"나만의 생존방식이란"
 
'지니어스2'는 하나의 작은 사회로 일컬어진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출연진의 퍼포먼스가 우리네 인생과 매우 닮아 있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신선하거나 놀랍다기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그래서 더 재밌고 공감이 간다.
 
'더지니어스2'에서 매회 살아남고 있는 이상민은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을까. "이상민의 생존방식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어떤 상황이 오건 철저하게 내 주제를 계산할 줄 알아야돼요. 내가 뭘 어디까지 잘못했나. 남 탓이 있더라도, 내 잘못을 먼저 생각해봐야돼요. 그래야 남 탓을 하더라도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남한테 떳떳하게 말할 수 없어요. 그냥 남 욕만 하게되지."
 
"'내가 이만큼은 잘못했다. 그런데 너는 왜 그랬냐'고 말할 줄 알아야 돼요. 그래야 피해 준 사람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야 답이 나와요."
 
"상대편에 대한 원망만 하면 그 사람이 '미안해' 한 마디 하는 순간 끝나요. 그러면 이 사람은 날 도와주지도 않아요. 내 편이 될 수 없어요. 자신한테 욕을 하니까. 그 사람도 자존심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냥 '미안해' 한 마디로 끝나요."
 
"제일 멍청한 게 나한테 피해를 준 사람한테 욕을 먹는 거에요. 그런 사람이 진정한 패배자에요. 나한테 피해를 준 사람에게 미안하게 만들어야 돼요. 그래서 언젠가는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어야죠. 편이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이 없는 게 중요해요. 이 얘기는 이 시대 젊은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부도액 57억.. 파산은 안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민은 룰라의 리더이기도 했지만, 유망한 사업가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비롯해 총 6개 회사의 대주주였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그는 빚더미에 앉았다.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했지만 올해로서 10년이 되간다고 한다.
 
"내가 대주주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거예요. 다 대주주였어요. 2005년에 부도액이 57억이었어요. 많이 갚았고, 협상도 많이 했어요. 일일이 다 찾아다니면서 내 힘든 사정을 알렸죠.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줬어요."
 
"사실 파산을 했으면 편했을 거에요. 불이익이라고 하면 사업을 못하는 거죠. 그것도 1~2년 뿐이에요. 대신 엄청난 적을 만드는 거죠. 신뢰를 다 날리는 거에요. 돈 받을 사람들이 법적으로 돈 받을 수가 없게 되니까."
 
그렇다면 그는 왜 파산을 하지 않았을까.
 
"자존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솔직히 '병신'소리 들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나 하나 갚아나가고 있죠."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일반 회사원보다는 돈벌이가 수월하다. 적지 않은 출연료를 받는다. 그리고 이상민 정도의 이름 값이라면 더 큰 돈을 벌어서 빠르게 갚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방송을 하지 않았다.
 
"신동엽 형은 방송의 천재에요. 방송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캐릭터죠. 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돈 버는 방법은 따로 있죠. 아마도 아이디어를 통한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정리해야 될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포기를 한 적이 없다"
 
이상민의 '고난'이  몸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짐작하기로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을까.
 
이상민은 단번에 "없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냐고 되물었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 많아요. 전 세계로 따지면 셀 수도 없죠. 만약 제가 '나는 룰라 이상민이었고, 이런 사업가였는데, 지금은 꼴이 이렇네'라고 생각했다면,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을 거예요."
 
"전 반대로 생각했죠. 밥 못 먹는 사람도 많고 슬픈 사연의 주인공이 얼마나 많은데요. 지훈이 상갓집 갔는데 창렬이가 '너도 살았는데 왜 지훈이가' 이러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살 목적을 잃어서 그런 거라고.' 전 살 목적이 있었어요."
 
그 힘든 상황에서도 이상민이 살아야할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는 포기하지 않았을까. 이혼에 부도, 주변 친구들의 고통. 그가 감내했어야 할 일은 무궁무진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포기해본 적이 없어요. '넌 할 수 있어. 그런데 언제할거야'만 생각했어요. 이유는 모든 실패에는 내가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실수한 거니까. 실패를 겪으면서도 얻은게 많았어요. 그만큼 저는 저를 완성해 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헛점이 많았다면 '더지니어스'에서 바보처럼 보였겠죠."
 
"내년 이상민은 달라질 것"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이상민에게 있어 고난의 시간이었다. 무수히 많은 일을 겪었다. 대부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4년을 도약의 해로 보고 있다.
 
"룰라부터 사업에 이르기까지 잘 되는 시기가 10년이었고, 사업이 안 되고부터 올해까지가 또 10년 정도 돼요. 제 인생은 10년 주기인 거 같아요. 그래서 내년에 일들을 다 몰아놨어요."
 
현재 그는 아이돌을 키우고 있고, 다양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본인만의 랩도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하나씩 뭔가 보여줄 것 같아요. 음반이 나와도 사업을 해도 이상민스럽게 할 생각이에요. 아이돌은 작년에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깊숙히 파고들다 보니까 '가요계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해법을 찾았어요. 크레용팝을 보면 '아이디어'로 시장에 이름을 알린 애들인데 저도 아이디어로 아이돌을 만들어 보려고요."
 
소주와 맥주를 얼큰히 걸치고 녹음기를 끄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오랜만에 교훈과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년에는 뭔가 강력히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하는 이상민의 얼굴에서 힘이 느껴졌다. 내년의 이상민은 어떤 모습일까. 더 새롭고 강한 모습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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