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금융당국·증권업계, 시장 활성화 대책 '동상이몽'
"성장기회 부여"vs. "인센티브 매력 없어"
2013-11-28 18:41:24 2013-11-28 18:45:06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금융당국이 불황으로 침체에 빠진 증권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당근과 채찍 카드를 한꺼번에 빼들었다.
 
부실 증권사는 퇴출시키고,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증권사에게는 성장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증권업계는 '성장 기회냐, 시장으로부터 퇴출이냐'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금융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금융비전을 발표하고 주식시장 상장 활성화, 인수합병(M&A) 지원, 사모펀드 개편, 신시장 개설 추진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놨다
 
이번 개선방안 내용의 핵심은 증권사들이 M&A를 자체적으로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외부적인 압력 요인을 제공해 부실 증권사를 퇴출시키고, 여러가지 제도 개선을 통해 성장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기업들에게 상장 기회를 부여하고 시장을 활성화 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금융회사들에게는 새로운 성장기회가 찾아오는 반면, 과거에 안주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 증권사 퇴출을 위해 금융위가 빼든 조치는 적기시정조치 요건 강화와 콜시장 진입 규제다.
 
중소 증권사의 콜시장 진입을 규제하고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비율, NCR에 반영되는 지표를 개선해 부실 증권사를 가려 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NCR 기준만으로는 자본잠식에 빠진 증권사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상 판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2개 증권사 가운데 자본잠식된 증권사는 11곳에 달하지만 NCR이 적기시정조치의 기
준인 150%를 밑도는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또 증권사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했던 콜시장 규제도 강화된다. 콜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규제 대상 46개 증권사는 지금까지 콜머니를 통해 조달하던 자금을 기업어음(CP)과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간편하고 신속한 사용이 가능했던 콜머니를 통한 영업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중소 증권사 같은 경우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증권사 M&A 촉진이라는 당근책도 함께 내놨다.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증권사에게는 사모펀드 운용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 하기로 했다.
 
기관투자가 자금이 더 자유롭게 유입되고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사모펀드관련 제도도 개편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설립을 사전등록제에서 사후보고제로 바꿨으며 복잡한 사모펀드 유형도 통합시켜 시모펀드 시장을 활성화 시킬 방침이다.
 
주식시장 진입 문턱을 낮춰 기업 IPO를 활성화 시킨다는 개편안도 증권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업공개(IPO) 건수가 올해는 3건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침체 강도가 극심하지만 주식시장 진입장벽을 대폭 낮춤으로써 증권사 영업도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전에 가벼운 코스닥 우회상장 심사요건으로 부실기업들까지 대거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문제를 일으키다보니 지속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며 "너무 규제가 강하다보니 시장이 얼어붙어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시장 문턱을 대폭 낮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이번에 정부에서 내놓은 개편안은 증권사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한번에 던져 준 것과 다름없다"며 "강화된 규제로 부실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고, 완화된 규제로 남아있는 증권사들은 성장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는 당국에서 제시한 증권사 M&A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증권사를 인수할 여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이미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사모펀드 운용업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면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부여해야 증권사들도 인수합병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NCR 규제도 너무 강해 증시침체에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변화와 혁신을 시도할 수 있냐"며 "당국이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증권사들의 영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개선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했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