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3', 김은주 논란의 3가지 딜레마
2013-11-26 15:16:56 2013-11-26 15:20:49
◇'일진' 논란을 겪고 있는 'K팝스타3' 출연자 김은주(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침체된 오디션의 부활을 꿈꾼 SBS 'K팝스타3'가 첫 방송 호평에도 불구, 의외의 역풍을 맞았다.
 
지난 24일 첫 방송이 끝난 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참가자 김은주가 과거 학생들을 괴롭힌 정황이 담긴 제보글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김은주가 과거 친구 20명을 데려와 폭력을 가한 점, 친구들의 돈을 뺏은 점, 먹던 과자를 얼굴에 뱉은 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방송분에서 치어리딩으로 관심을 끈 뒤 비욘세의 '이프 아이 워 어 보이'(If I Were A Boy)를 부른 김은주는 절대음감의 자질을 갖고 있어 첫 방송만에 'K팝스타3'의 기대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하루도 넘지 못하고 학교폭력 가해자 논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김은주의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어릴 적 잘못이기 때문에 용서를 구한다면 기회는 줘야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만약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를 풀어낼 명쾌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김은주와 시청자, 제작진 모두 딜레마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안고 가기도, 내치기도 답답한 제작진
 
게시판에 올라온 제보가 사실이라면 가장 난처해지는 것은 제작진이다. 김은주를 안고 가는 것도, 하차를 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청자 대부분이 학교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김은주를 안고 간다면 엄청난 역풍과 함께 시청률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K팝스타3'로서 김은주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김은주를 하차시키는 것 역시 제작진 입장에서 썩 내키는 결정은 아니다. 애정을 갖고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가자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도의적인 책임과 현실적인 문제에 닥친 제작진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 하다.
 
SBS 'K팝스타3' 한 관계자는 "어린 참가자한테 민감한 문제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신중하게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하차냐, 기회냐.. 대립 중인 여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제작진이 하차를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K팝스타3'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김은주에 대한 글로 뒤덮이고 있다.
 
하차를 시켜야한다는 입장은 학교폭력이 용납될 수 없다는 점과 가해자가 방송에 나오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사회적으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지상파 방송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은 가해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의견에 많은 누리꾼들이 동의하고 있다.
 
반대로 김은주가 방송에서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인다면 참가자로서 얻은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반성하고 있음에도 어릴 적 문제 때문에 꿈이 짓밟히는 것 역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어 선뜻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하다. 속시원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포기 혹은 출연.. 김은주의 딜레마
 
온라인 문화의 특성상 그 어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 전까지 그저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던 김은주라는 인물은 이틀 사이 그 누구보다도 누리꾼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은주는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제보내용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그에게는 '학교폭력'의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은주가 출연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담이 크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비난 여론이 들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출연을 포기하기에는 가수를 꿈꾼 그에게 주어진 기회가 너무도 아깝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만, 가수의 꿈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지금의 상황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 사실이다.
 
'첫 논란 아냐'..논의가 필요할 때
 
이번 논란과 비슷한 맥락의 사건은 앞서 다른 오디션에서도 빈번히 있었다.
 
MBC '위대한탄생1'의 김혜리는 사기 논란에 휩싸였고, M.net '슈퍼스타K'의 이경현은 어두웠던 과거를 고백하며 잘못을 사죄했음에도 불구 비난 여론은 그가 탈락할 때까지 계속됐다. '슈퍼스타K5' 참가자 박상돈은 사기 혐의가 드러나 방송에서 편집됐다.
 
이러한 전례가 있었음에도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약 100만명이 넘는 참가자의 과거를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환경 탓만 한채 그저 두고 볼 일은 아니다. 김은주 논란은 학교폭력에 희생된 피해자 대다수 뿐 아니라, 제작진과 본인에게도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오디션을 비롯해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제2의 김은주 논란이 생겨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