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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일자리)⑤'양보다 질'..기업·정부 의지에 달렸다
2013-11-26 16:08:08 2013-11-26 16:12:01
[뉴스토마토 최승환·임애신기자]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이름에 '선택'이 들어가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사정으로는 선택이 아닌 강요가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일자리라고 부르기도 힘들 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해진 시간제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내세운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구직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이 진정으로 원해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 여성과 중장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집중해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청년들에게도 맞춤형 일자리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자칫 소외계층에만 정책이 집중될 겨우 총량이 정해진 일자리를 두고 여성과 중장년층, 청년 계층이 나눠져 갈등을 겪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 70% 숫자에 매몰 말고..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는 구직자.ⓒNews1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수단으로 내세웠지만, 목표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긴 호흡을 가지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
 
결국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노동자 등 3자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나라 노동환경에 맞게 정책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하되 민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정책을 확대 시행하고, 생산성 향상 대책과 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2017년 현 정부 임기 말까지 고용률 70%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공약 수정을 통해 현실적으로 접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 경기 침체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경제성장률의 추이를 볼 때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고용률 70%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간제 일자리의 실상과 대응방안'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가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시사점을 뽑았다.
 
첫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업과 고숙련 근로자를 흡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 대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둘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적합한 새로운 직무형태를 전 업종에서 개발해야 한다. 여성을 위한 현재의 일과 육아의 양립형 일자리뿐만 아니라, 학생을 위한 일과 학업 양립형, 남성을 위한 장시간 직무 분할형,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사회참여형, 전문직을 위한 핵심업무형 등 시간제 일자리가 고루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민간기업의 노동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시간제 근로 보호법을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넷째,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다수 창출하는 것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실행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들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규직 일자리 창출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함께 늘려 나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있고,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야기될 수 있는 계층, 세대 간의 갈등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은 "현재 정부에서 재정정책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일자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 인하, 소득세 인하 등 부자감세로 대기업들이 수혜를 입은 만큼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상황이라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 일자리를 만든다면 계층 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며 "정규직 일자리 창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같은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결국 시간제 일자리와 함께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야만 고용률 70%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증명됐다.
 
노동계에서는 이에 동의하면서 풀타임 정규직 노동자와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유연한 노동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시간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 사이에 벽이 없이 서로 이동이 용이해야 한다는 것. 전일제 근로자가 시간제 근로를 원할 때 바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이뤄야 한다.
 
김은기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은 "여성들의 경우 출산이아 육아 등의 가정의 문제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출산이나 육아가 마무리 된다면 다시 전일제 일자리로 넘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여성뿐만 아니라 전 노동자 계층에서 전일제와 시간제의 자유로운 소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재계, 시간제 필요성 공감..난제 '산적'
 
재계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고용 구조를 다양화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데도 뜻을 모으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중시하는 노동의 유연성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만 기업의 고용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난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노조 측의 반발이나 복지 등 처우 범위를 전일제 근로자와 어떻게 차이를 둘 지 등이 있다. 또 업무 특성상 시간제 근로 채용이 적합하지 않은 기업들은 여전히 곤란함을 표시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26일 열리는 시간선택제 박람회를 통해 대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채용에 나선다"면서 "업무상 전문성이 높고 영속성이 중요한 기업은 시간제 근로가 맞지 않지만 사회적 지탄을 받을까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지속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 창출은 기업의 역할 중 하나기 때문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면서 "전체 인력이 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부대 비용이 느는 게 사실이지만 사회공헌을 하는 것보다는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기업이 이익 창출을 외면하는 게 쉽지는 않다"라며 "민간기업들이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조를 가진 일자리 마련의 필요성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책을 발표한 후 민간기업에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기대기만 할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책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 질이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가는 기업들에 대한 각종 혜택 등 유인책도 뒤따라야 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시간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지만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전일제와 복지 등에서 어떤 차별점을 둬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정부 차원에서 노사정 협의를 거쳐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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