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북리뷰)철도기관사가 경고하는 '민영화 바이러스'
박흥수 <철도의 눈물>
2013-11-03 17:48:19 2013-11-03 17:51:35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기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멈춰섰다. 승객은 근처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저희 회사 일이 아닙니다."
 
독일 마인츠 역에서 실제 생긴 일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겪게 될 일일지도 모른다. 당장 3년 뒤 수서역에서 이런 안내방송을 듣게 될지 모른다고 이 책 <철도의 눈물>은 경고한다.
 
"밀양, 마산, 진주, 창원으로 가실 승객께서는 코레일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고객을 생각하는 저희 수서발 KTX는 일반 철도 노선과 연계 운행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효율화'의 진짜 속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철도에 '민간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벌이는 일 말이다.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과 비효율을 지적하면서 수서발 KTX를 도입해 서울발 KTX와 경쟁하게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쟁의 효과를 국민에게 직접 체감케 한다면서 수서발 KTX 요금을 10% 인하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처럼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경우는 어떻게 할 건가? 철도라는 망 산업의 특성상 협력이 필요할 때 양쪽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건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경쟁과 효율을 도입하는 게 타당한 일일까? 
 
 
<철도의 눈물>은 철도 같은 공적영역이 사적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변질 될 때 벌어지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이윤이라는 칼날에 여기저기 뜯겨나갈 때 사회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더불어 민영화에 뒤이은 각종 안전사고, 요금 인상, 인력 감축으로 인한 피해는 누구 몫이 되느냐고도 묻는다.
 
사실 토건자본이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방식은 국내 민자 고속도로나 해외 민영화 사례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논리는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리만큼 익숙하며,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란 논리가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민영화 보다는 사영화란 표현을 쓰는 게 적합하단 목소리가 힘을 얻은 지 오래 전이다.
 
저자는 공기업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발생하는 적자는 나쁜 게 아니며 때로는 더 적극적으로 손해를 봐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착한 적자'를 이해하면 쉽게 풀릴 문제라는 것.
 
기본적으로 철도는 기본적으로 '망 산업'이다. 모든 길을 한땀 한땀 뜨개질 하듯 엮고 잇는 작업은 엄청난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땅을 구입하고, 선로를 깔고, 역과 신호시스템을 만들고, 기관차와 객차를 구입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적자를 안고 시작하는 산업니다.
 
이윤과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 눈에 철도는 부실기업일뿐이지만, 이런 시설 투자비를 과연 적자로 봐야 하는지도 사실 논쟁거리다. 정작 비효율을 깨겠다고 일갈하는 정부는 철도에 문외한 낙하산을 연달아 코레일 사장으로 내려보냈다. 어느 쪽이 정말 비효율적인가?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현직 기관사라는 점. 저자는 18년간 철도기관사로 일한 박흥수씨로, 열차를 모는 틈틈이 민주노총 산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이른바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민영화 도미노 게임의 제일 앞 블록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경쟁제체 도입을 필두로 한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획에 반대하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율 89.7%로 해당안을 가결해 놓은 상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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