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내놨다.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세제와 연구개발(R&D) 지원은 계속하는 한편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개최된 제20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중견기업을 진입초기(매출 2000억원 미만), 정착기(3000억원), 성장기(5000억원) 등으로 나눠 R&D·기술·금융·판로 등 분야별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견으로 '연착륙' 유도..경쟁력 제고 위한 지원체계 강화
정부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에 따른 각종 지원 배제 부담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지원이 칸막이식 이분법적 지원과 같았다면 앞으로는 주요 정책적 지원은 계속 유지해 연착륙(sliding down)을 유도한다는 것.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77개 정부 지원이 배제·축소돼왔지만 앞으로는 '중소기업 여부'가 아닌 매출액과 성장 정도 등에 비례해 점차적으로 감소시켜 나갈 계획이다.
◇중견기업 성장부담 단계적 축소 방향(자료제공=중소기업청)
우선 중견기업 진입 초기 매출 2000억원 미만 기업들의 판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 졸업 이후 3년간 중기간 경쟁시장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납품 비중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역시 대기업에 비해 완화된 권고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견기업 성장기업들을 위해 R&D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현행 3000억원(3년 평균매출액) 미만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견기업에 대한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대기업과 같은 10명이었지만 7명으로 지정해 중견기업 별도 인적요건 구간을 신설했다.
논란이었던 가업승계 상속공제 대상 범위는 현행 매출액 2000억원 이하에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R&D 투자도 확대한다. 정부 예산 중 R&D 지원 비중을 지난해 2.95%에서 오는 2017년까지 5%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전문기업 300개를 선정해 육성하는 '월드프로젝트300프로젝트'를 당초 2020년에서 오는 2017년까지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정책의 지속적·체계적 수립과 시행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중견기업 특별법'을 제정한다. 현재 중소기업연구원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간 중견기업 육성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 육성에 필요항 법적인 근간을 만들 계획이다.
중소기업 범위 제도도 개편한다. 중소기업 범위 기준과 결정 방식이 '기업의 선택'에 의해 좌우됐지만 향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등 참고해 적용지표(근로자·자본금·매출액), 업종별 기준, 택일주의 등을 재검토해 기업의 성장여부가 반영되도록 범위 기준을 다잡는다.
특히 중소기업 졸업 유예를 최초 1회로 한정한다. 중소기업청은 오는 11월께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중소기업 범위 개편 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중견기업계, '환영' "R&D·가업승계 부분 아쉬워"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토대 마련을 위한 초석이라며 반겼지만 가업승계, R&D 세액공제, 인력 및 판로 확보 등 그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눈치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제공=중소기업청)
중견기업계는 R&D 투자 세액공제 부분과 관련해 세액공제율은 15%, 기업 대상은 1조원 미만 확대안을 요구해왔다. 이번 대책안에서는 기업대상이 기존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된 것에 그쳤다. 세액공제율은 8% 그대로다.
가업승계 상속공제 대상 범위 역시 한정화 청장 스스로 "가업승계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라 밝힐 정도로, 매출1조원 미만 기업에까지 대상 확대를 요구해왔던 업계 및 중기청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했다.
중견기업계는 100년 장수기업이 나오려면 장기적으로는 규모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안에서는 3000억원미만 기업(현행 2000억원)으로 확대됐을 뿐이다.
한 청장은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책 추진 과정을 거쳐보니, 이에 대한 공감대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에 대한 중견기업 제한적 참여 허용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중견기업 권고완화 등은 중소기업계와의 마찰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대책방안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업계의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타 부서와의 협의가 쉽지 않았을 텐데, 중기청에서 이전보다 많이 힘써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 청장은 "성장한 중소기업에게 바로 '시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이들의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고, 위장 중기 등이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중견기업의 중기간 경쟁시장 제한적 허용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관련해서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견기업인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위원을 포함해 줄 것 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 청장은 "매출 수천억원대의 기업을 왜 지원해야 하냐며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매우 미미한 규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힘들게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만큼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성장촉진 정책을 제공함으로써 질 좋은 일자리를 육성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서 이번 대책은 미흡하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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