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 중인 국정원 증인들이 검찰의 민감한 질문에 모른다고 하거나, 공개재판에서 답변을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자 재판장부가 발끈했다.
민병주 전 심리전단 단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비롯해 16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형탁 전 국정원 심리전담 안보3팀장도 줄곧 '팀원들의 일은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전 팀장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등에 심리전단팀이 대선 직전 작성한 게시글이 삭제된거 같은데, 그때도 지속적으로 활동한거 아니나"고 묻자 "나중에 비공개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 부분이 없는 건, 일괄 삭제했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는 "그런 사항 없다"고 말했다가 다시 "모르겠다"고 했다. 또 "게시글을 삭제하기로 한거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때 알았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검찰이 "메뉴얼 내용대로 주기적으로 삭제하는거 아니냐"고 묻자 "파트장 선에서 한 것 같다"고 말했고, "팀장이 팀원의 업무 메뉴얼을 모르다는거냐. 업무 메뉴얼에 따라 팀원들이 일하는지 지휘·감독하는거 아니냐"고 묻자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답변했다.
최 전 팀장의 '모른다', '잘 알지 못한다' 는 대답이 계속되자 재판부가 직접 나섰다.
재판부는 "검찰이 증인에게 질문하는 내용은 국정원의 기밀·비밀유지 의무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며 "이제 국정원에서는 댓글과 관련된 활동은 이제 안하는 걸로 돼 있고, 그 일을 한게 대선개입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그 일을 해왔으니 국정원의 기밀이라는 건가. 만일 다른 일로 국정원이 잘못을 했는데도 공개 재판을 못한다는건 원칙에 안맞다. 과거의 경험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만한 것도 진술을 안한다면 신빙성에 의심이 되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앞선 민 전 단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상관이 알 수 있는 일인데 모른다고만 대답하면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갈 수 있다"고 주의를 준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주의를 줬는데도 최 전 팀장은 "대선에 관련된 글이 있어서 지운거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도 "잘 모른다. 그런 일은 팀장이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을 했다.
또 최 전 팀장은 "외부조력자를 고용한게 누구냐"는 검찰의 질문에 "팀장인 저다. 매달 300만원씩 주고 고용했다. '잘 아는 친구'라는 말을 파트장에게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재판장이 "300만원씩 비용을 지불하는데 인적사항도 확인 안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파트장이 우리 부서 오기 전부터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오피스텔 앞 '국정원 직원 김모씨와 민주당 관계자·경찰과 대치상태'가 종료된 이후, 최 전 팀장이 직원 김씨에게 보낸 '고생했어요. 시간이 지나며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위기에 잘 대처했다능 영광도 남을 거예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검찰이 "'위기'라는건 무슨 뜻이냐. 정당한 업무활동 아니었느냐"고 묻자, 최 전 팀장은 "감금 상태가 끝난 이후 쇼크로 병원에 입원한 걸로 안다. 위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팀은 지난해 10월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대선 풍자' 장면을 인용한 인터넷 게시글도 내부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10월 방영된 개콘을 주제로 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글이 보고된 문서를 제시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을 상대로 "심리전단팀이 북한 관련 이슈와 안보 사항에 대해 적법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하는데, 개콘이 북한 이슈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기획관은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문서를 보진 않은 것 같다. 참고용인 것 같다. 대선관련 발언은 북한 이슈나 안보와는 상관이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검찰이 '종북 세력'의 개념을 묻자 이 전 기획관은 "구체적인 개념이 정해진 건 없지만,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이적단체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기획관 등은 당초 기밀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병풍으로 된 차단막을 친 채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다음 공판기일인 오는 23일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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