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배려'에 투자하라
[기획특집]유니버설디자인이 뜬다
④과제와 전망..UD는 신성장 동력
정책 뒷받침 절실.."디자인 흐름 읽는 기업이 승자"
2013-09-23 10:00:00 2013-09-24 19:07:49
[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김신양씨(50세, 주부)는 주방용품 모두 미국 옥소(OXO)제품을 사용한다. 비싸기는 하지만 전 제품에 유니버설 디자인(UD, Universal design) 적용돼 사용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손잡이, 버튼 하나하나가 사용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욕실용품은 일본 토토(TOTO)제품으로 바꿨다. 당뇨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이 쉽게 욕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샤워기, 욕조 등 모든 제품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남편의 만족도도 높다.
 
국내에도 UD 상품, 시설, 서비스 등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하는 제품은 거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입한 물품이다. 국내 기업이 만든 UD 제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인해 UD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 옥소(oxo)의 조리도구, 오른쪽 야채탈수기 (자료출처=CJ mall)
 
◇베이비부머, 핵심소비층으로 급부상
 
 일본 UD 포럼이 일본 15~79세 남여를 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7.5%가 UD가 적용된 상품, 시설, 서비스를 구입·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UD가 적용된 상품, 시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이용자 조사결과 매우만족 10.9%, 만족 61.5%, 어느쪽도 아니다 23.6%, 무응답 2.9%, 불만 1.1%로 대체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국내에는 아직 UD관련 통계도 없다. 하지만 잠재적 수요는 일본 못지 않다는 전망이다.
 
특히 국내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UD에 대한 실질적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약 7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두터운 인구층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과거 시니어들과 달리 만만치 않은 경제력을 갖고 있어 기업들이 잡아야할 핵심 소비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예전 그들의 부모세대에 비해 굉장히 돈도 많고, 스마트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좀 더 생활을 편리하게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UD가 적용된 공간들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50대들이 스마트폰, 컴퓨터에 오랜 시간 노출됐기 때문에 예전 세대보다 시력, 청력 등이 훨씬 떨어진다"며 "이들을 배려한 UD 적용 기기들이 많이 필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니어비즈니스 시장을 잡으려면..
 
UD 적용 환경에 대한 수요 증가는 새로운 비지니스 창출과 연계된다.
 
기존 제품과는 다른 제품들을 새로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 할 수 도 있다.
 
시각 안내문 쉽게 고쳐 만들기, 수퍼마켓 계산대 공간 넓히기 등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진 공간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요는 시니어비즈니스(실버산업)라는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6조3820억원에 달했던 시니어비즈니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22조원을 넘어섰고, 2018년엔 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욕실용품 업체 토토, 공간디자인 업체 단세이사(丹靑社) 등 외국 기업들의 경우 급팽창하는 시니어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내 UD 연구소까지 만들어 신(新)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호창 Desgin is 대표는 "기업들이 UD 관련 시장의 중요성을 하루 빨리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며 "투자는 대부분 위에서 결정되는 만큼 대주주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배려의 UD..인식전환 이뤄져야
 
정부 입장에서도 UD 확대는 장기적 복지 비용 절감을 가져온다. 많은 전문가들이 UD가 정착된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 노약자들을 배려한 환경은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최령 생활환경연구소 소장은 “일본에 UD가 적용돼 만들어진 요양병원에 가보면 어르신들의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잘 만들어진 환경이 노인 자립, 치유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조례를 제정해 UD 적용에 강제성을 띄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례로 인해 강제성이 띄게 된다면 어느정도 자연적인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UD 인증제도가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연숙 연세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일본에는 UD 인증제도가 활성화 돼있다"며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UD 제품, 환경 등을 정부차원에서 인증해주고 UD 제품 개발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UD는 우리 사회에 도처에 널린 문제들을 빨아들이는 스폰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어린이문제, 노인문제, 교통 체증 문제 등은 제대로 디자인 된 환경이 있다면 상당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UD정신의 출발은 약자에 대한 배려다. 전문가들은 배려로 소비자와 소통하고 디자인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는 기업만이 결국 승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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