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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관상' 송강호 "내 인생 운명의 지점은"
2013-09-04 16:31:35 2013-09-04 16:34:56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송강호는 국내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인물이다. 어느 누군가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의 배우 TOP3안에는 꼭 들어갈 것이다.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도 그의 연기력은 최고로 평가받는다. 김혜수가 공개적으로 "국내 최고의 배우"라고 말할 정도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 이어 '관상'에서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경지에 오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 감독은 "일반 배우와 송강호의 다른 점은 영화 전체 맥락과 전 장면과 다음 장면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으로 매 장면마다 최고의 연기를 펼쳐내는 것이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송강호가 다른 캐릭터의 얼굴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관상'을 이끌어가는 중요 포인트다. 송강호는 다른 캐릭터에 대한 깊은 해석으로 그에 맞는 표정과 연기를 표현해냈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도 캐릭터가 살아났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자신의 장면에서 존재감도 뽐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연기력에 있어서 동료들에게 극찬을 받고 있는 송강호를 지난 3일 만났다. 영화 전반에 대한 그의 해석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단순히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에 그의 깊은 고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한재림, 봉준호처럼 진화했다"
 
'관상'에서 송강호는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어보고 심지어 그 속마음까지 알아채는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이다. 그렇다고 굉장히 박식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때로는 천박하기도, 속물적이기도 하다.
 
그렇게 관상만 잘보는 내경이 거대한 권력과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메시지다.
 
송강호를 비롯해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까지 캐스팅돼 '1000만 관객' 영화로 기대를 모으는 '관상'이지만, 초반 작업은 굉장히 고된 일정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관심을 받을 것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애초 시나리오가 너무 무겁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상업영화를 만들었다가는 대중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판단이 있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촬영을 이어갔다.
 
송강호는 "'관상'이 초반은 정말 재밌다. 그게 다 일일이 각색해 나간 거다. 애초 시나리오가 유머러스하게 흐르다가 후반에 묵직함을 전달하는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쓰인 작품이었다. 감독님이나 배우들이나 초반에 메워나가는 작업이 있었고, 그게 정말 힘들었다. 초반 시퀀스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고 말했다.
 
마치 드라마처럼 새 대본을 짜고 촬영했다는 말이다. 쉽지 않았던 작업이었음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한 감독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갔다.
 
송강호는 "집요하고 감정의 결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아한 세계'도 대충 대충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그 때는 내게 좀 기대는 게 있었다"며 "이번에는 대사 하나 하나를 아주 디테일하게 본인이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행복했다. 대충대충 넘어갔다면 배우로서는 편했겠지만, 연기나 장면이 썩 좋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봉준호와 한재림을 비교했다. '설국열차'를 통해 봉준호 감독이 더욱 진화했듯, 한 감독 역시 '관상'으로 한 단계 진화한 연출가가 됐다는 것이다.
 
송강호는 "'설국열차'를 보면 봉 감독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한 감독도 '관상'을 통해 '연애의 목적'이나 '우아한 세계'와 다른 묵직한 메시지와 진한 연출을 해내는데 이런 점이 진화를 한 것 같다. 이 영화는 계유정난과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연결하는 작품이다. '그럴듯 하다'는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작업을 정확하게 만들어냈다"고 칭찬했다.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송강호의 운명
 
'관상'은 '운명을 거스르려는 자' 내경의 이야기를 그린다. 운명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운명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을 하고자는 감독의 의도가 깊이 새겨있다.
 
송강호는 과연 '운명'이란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할까.
 
송강호는 "영화에 '상은 변하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완결본과 어울리지 않아 삭제됐지만, 나는 그 대사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다. 운명은 변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송강호의 인생에서 운명의 지점은 어디였을까. '살인의 추억'이었을까. '쉬리'였을까. '넘버3'였을까.
 
송강호는 "연극배우 생활을 하다가 영화를 처음 만나는 지점이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었다. 단역이었지만 그 지점이 내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를 만났다. 그 때가 이창동, 김지운 등 좋은 감독들이 다 같이 데뷔하는 시점이다"라며 "지금 한국영화 거장들이 같이 영화계에 입성한 시점이 내 운명같은 지점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찬욱도 데뷔작이 있었지만,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대중과 소통했고, 봉준호도 '플란다스의 개'가 있었지만 '살인의 추억'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런 감독들과 스타트를 같이 했다는 것이 운명적인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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