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국고채 30년물 발행 1년 “성공 안착..만점에 근접”
2013-08-27 20:43:26 2013-08-27 20:46:50
[뉴스토마토 차 현 정 기자] 앵커 1 : 정부가 장기채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며 선보인 30년물 국고채가 다음 달 발행 1년을 맞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 초장기 국고채 등장을 놓고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지만 결국 초기 안착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무엇보다 30년 국채에 대한 보험과 연기금의 보유확대 등으로 이미 국민의 간접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 있어서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이에 뉴스토마토는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해봤습니다. 증권부 차현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차 기자 안녕하세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대체로 30년 만기 국고채에 대한 성과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는데요. 출발한지 1년 만에 빠른 정착을 이룬 게 아닌가요. 자세한 내용 설명해주시죠.
  
기자 : 첫 발행까지 수년이 걸렸던 만큼 30년 국고채와 관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시장의 기다림이 길었던 탓인지 첫 발행부터 인기몰이를 한데 이어 최근 발행된 물량까지 시장에서 가볍게 소화한 겁니다.
 
발행에 앞서 과연 소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를 정도로 우려가 컸지만 이는 결국 기우였던 셈입니다.
 
특히나 장기투자기관의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성공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만기구조를 좀 더 다양하게 구성했다는 점은 시장을 선진화한 요인이 됐는데요. 전문가들은 장기 수익률 곡선의 벤치마크를 구성해 장기 채권시장 육성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또 채권 본연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는 장기자금 조달에 더욱 가까워진 것도 시장이 꼽는 국채 30년물 성과 중 하납니다.
 
정부에서는 채권시장 발전 과정에 하나의 좋은 이정표가 됐다며 1년 소회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김진명 기획재정부 국고채 과장은 앞으로도 채권시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장 발전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 하지만 최근 초기 발행된 30년물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 피해 소식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당분간 채권시장에 이렇다 할 호재 또한 없는 상황에서 이들 투자자들이 떠안은 평가손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자 : 네. 시중금리가 저점 상태였던 출범 당시 30년물을 사들였던 일부 리테일 개인 고객이 손실을 크게 떠안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습니다.
 
앞서 국채 30년물은 지난해 9월 연 3.02%의 금리로 발행되며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권사 영업지점에서는 2.99%의 금리에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준금리가 0.25%만 인하돼도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실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입찰 청약은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이슈가 사라진데다 투자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채 30년물의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께 3.4%를 넘어서더니 현재 4%까지 오른 겁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조기 중단한다는 우려는 그 배경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 당시 장밋빛 호기를 점치며 장기채를 통해 단기 차익을 남기려 했던 투자자들이 가격기준 약 20% 정도의 손해를 봤습니다. 
 
앵커 : 이렇게 투자자들에게 평가손을 크게 안겼다는 점에서 국고채 30년물의 성공적인 안착을 논하기는 모호한 거 아닌가요?
  
기자 : 하지만 시장은 발행 초기 나타난 일부 부작용을 적용해 전체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발행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개인투자 손실 부분은 초기 금리가 흔들리다보니 일부 부작용이 감지된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장기채는 긴 투자기간을 갖고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건데요. 일단 30년 만기 국고채의 성격을 알고, 원하고 상황에 맞게 사들인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겁니다. 물론 판매처의 충분한 설명은 앞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관계자는 “투자에 앞서 판매기관은 장기물 채권에 대해 금리변동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간에 사고팔기 어려운 상품이라는 점과 단기채 대비 리스크가 크다는 점 등을 미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 발행량과 참가자 규모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은데요. 지난달 거래건수는 불과 419건에 그쳤습니다. 다른 기간물 채권과 비교했을 때도 거래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것 아닌지 궁금한데요.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첫 발행 한 달간 1704건에 달했던 거래건수가 지난달 약 4분의 1로 줄어든 419건을 기록한 건데요. 그 규모가 첫 발행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거래 부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사고 판 거래대금은 무려 26조10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거래대금 대부분이 국고채전문딜러들이 의무적으로 조성한 물량이라는 겁니다.
 
이들이 호가 조성을 위해 거래를 일으킨 부분일 뿐 거래건수만 보면 한눈에 적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초반에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채권운용기관의 수요가 폭발적이었지만 이들 역시 최근 평가손 규모를 감안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요.
 
앞서 대규모 평가손에 실망한 개인들의 수요가 약 10분의 1정도로 줄어든 점도 거래부진의 배경이 됐습니다.
 
앵커 : 수요가 적으면 가격형성에 있어 시장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30년물 채권가격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30년 만기 국채가격의 안정화 또한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는데요.
 
통상 초장기 채권이 보험사나 연기금 등의 장기투자기관 중심으로 편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장기채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따라붙고 있습니다. 소수 기관에 의해 형성된 시장에서 과연 가격이 제대로 매겨질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덧붙여지고 있는 겁니다. 시장성을 반영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도 이해가 되는데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늘 국고채 30년물은 어제보다 0.01%p 하락한 3.97%에 마감했습니다. 국고채 10년물도 0.01%p 하락한 3.66%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두 기간물 간 금리차는 31bp 정돈데요. 미국 국채 30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가 보통 100bp 정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이 좁은 편입니다. 
 
미국 장단기 스프레드 대비 우리나라 국채 30년물 금리가 고평가돼 있기 때문인데요. 장기채 가격형성의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앵커 : 그들만의 리그는 완전경쟁시장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시급한 안정화를 꾀해야할 것 같습니다. 또 선진국의 경우 주 채권거래가 장기물인 반면 여전히 국내 시장은 단기물 채권거래가 주가 되고 있는데 장기채권 거래활성화를 논할 시기가 온 건가요?
 
기자 :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여전히 단기채 중심의 시장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30년 국채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국고채 지표물이 과거 3년물에서 5년물로, 올 봄 5년물에서 10년물로 변경됐지만 장기채권 거래 활성화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그러려면 장기채 수요 진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됩니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을 통한 ‘국채투자 대중화’가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높아진 가운데 시기상 초저금리 시기인 지금은 장기국채투자가 유리한 시점이라며 정부에 의한 장기채 직접투자 붐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채투자 대중화를 이룬 일본의 경우 그 스타트를 정부의 세제혜택이 끊어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세제문제가 예민하겠으나 궁극적으로는 국민에 돌려주는 방안이 아니냐”며 “세제혜택에 있어 연령에 제한을 두거나 매입규모에 한도를 주는 실링제를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10년물 이상 장기채권에 대한 이자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있는데 추가 혜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 금융소득과세를 강화하는 분위기인데 일관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수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장기채권 거래활성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현수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부 부서장은 “알다시피 국내 채권시장은 선진화했다. 국채 30년물의 등장으로 미스매치되던 장기자금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고 이론적으로 이자율 곡선의 텀 스트럭쳐가 완성된 점이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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