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미래)국민은 왜 연금을 믿지 못하나
[기획특집]연금개혁 늦추면 미래도 없다 <1부>공적연금부터 고쳐라
가입자 2천만명 넘었지만..'용돈연금' 꼬리표 못 떼
재정안정화 급선무.."보험료 인상 사회적 합의 절실"
2013-09-03 10:00:00 2013-09-03 10:04:12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보험료 고지서를 집어 던지는 막무가내의 한 사내. "협박하는 거야? 제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 좋아. 나 오늘부터 국민 안 해!"
 
올해 초 개방한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한 장면이다. 극중 주인공은 국민연금 납부를 독촉하는 공단 직원에게 '왜 꼭 국민연금을 내야 하느냐'며 항의한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한 시민단체가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운동에 10만명이 서명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역진적으로 걷히고 혜택은 부자들이 누리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5월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2042만명. 전체 국민의 절반 가량이 가입돼 있는 국민연금을 국민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연금 불신 시대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연금으로 공적연금의 핵심이다. 지난 1988년 전 국민의 안정된 노후라는 큰 꿈을 안고 시행된 국민연금 제도는 시행 25년 만에 가입자 2000만명, 적립기금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민연금은 짧은 시간 안에 이 같은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용돈연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정불안정 문제 때문이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추정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4년에 수지적자가 발생한 뒤 2060년에 완전히 고갈된다.
 
2060년은 먼 미래의 일이지만 현 젊은세대로부터 나오는 반발은 당연하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온다. 깎고, 늦추는 개혁에 이어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1998년 1차 연금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내렸고, 연금수급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지난 2007년 2차 연금개혁에서는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바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설정된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금 사각지대 심각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65세 인구 대비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수 비율은 29.0%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2020년 31.0%, 2030년 40.9%로 더디게 늘고 2040년 54.4%, 2050년 68.4%, 2060년 78.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난 두 차례의 연금개혁에서 시행된 과감한 급여삭감과 높은 사각지대로 인해 제도가 성숙하더라도 급여수준은 가입자 평균소득의 20%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말 현재 19.9%에 불과한 소득대체율은 2020년 24.8%로 상승한 뒤 다시 하락하며 2030년 23.3%, 2040년 21.8%, 2050년 20.4%, 2060년 22.3%로 추정됐다.
 
실제로 월 소득이 208만원인 가입자가 15년 가입할 경우 예상 연금액은 32만9000원, 20년 가입할 경우 예상 연금액은 42만7000원 수준이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가 충분히 성숙한 후에도 대규모의 연금수급 사각지대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대다수의 국민연금 수급자가 국민연금 급여만으로는 빈곤회피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의 조건은 사회적 합의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를 높이는 것이 해법이다. 이미 연금 수급액은 낮춰질대로 낮춰져 임계점에 달했고 수급시점 연기는 이미 시행되기 시작했기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상 시기와 인상률이 문제인데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조기인상론은 보험료 인상 시점이 늦어질수록 동일한 수준의 재정안정 달성에 필요한 보험료 인상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늦어도 2017년까지는 첫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안은 국민연금 기금 증가 기간 동안에는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2040년대 중반 이후부터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향후 10년에 걸쳐 조금씩 최대 13%까지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며 "시기를 늦출수록 더욱 인상이 어려워지며 후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을 그해 필요한 재원을 보험료나 세금으로 조달해 나눠주는 부과방식(Pay-As-You-Go)으로 바꾸거나, 몇몇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대안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처음에는 적립식으로 가다가 나중에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수정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과방식으로의 변화는 보험료율 인상에 보다 큰 인상폭을 가져오는데,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연금 소진 시점인 2060년에 갑자기 부과방식으로 바껴 보험료율이 갑자기 21.4%로 높아져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 원장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국민여론 등을 고려해 시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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