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유니버설 디자인(UD, Universal Design)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할 뿐 우리 생활 곳곳에는 인간을 배려한 UD가 적용된 제품들이 숨겨져 있다.
◇하루 3번 접하는 숟가락속의 'UD'
우리가 매일 식사 때마다 접하는 UD 제품이 있다. 바로 '한국의 숟가락'이다. 누구도 쉽게 이것이 UD라고 인식하지 못하지만, '한국의 숟가락'이야말로 UD의 원리를 충실히 따른 제품이다.
한국의 숟가락은 서양이나 일본과는 그 모양이 다르다. 주로 수프를 떠먹을 때 사용되는 서양식 숟가락은 두께가 약간 두껍고 손잡이 부분이 짧다. 일본 숟가락은 주둥이 부분이 더 넓고 손잡이 부분과 이어졌다. 두께도 상당하다. 하지만 한국 숟가락은 두께가 매우 얇고 숟가락 끝이 살짝 들려진 곡선모양이다. 숟가락 손잡이도 매우 길다.
◇왼쪽 한국 숟가락, 오른쪽 일본 숟가락 <자료출처=위키피디아, www.japanesestyle.com 홈페이지>
숟가락 디자인은 사용자의 편의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 한식은 국 위주이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을 먹다 보면 입천장을 데일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 숟가락은 굉장히 얇게 만들어져 국물이 많이 담기지 않으며, 국물이 입으로 들어오기 전에 식는다.
또 숟가락 앞부분은 입 안에 넣으면 전부 다 들어가는 사이즈로 이는 한국 숟가락이 유일하다. 이에 더해 살짝 끝부분이 들려 있기 때문에 영아들의 입에 숟가락을 대면 자연적으로 입을 벌리게 된다.
◇UD입은 수도꼭지
또 하나는 바로 화장실 수도꼭지다. 현재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수도꼭지는 손잡이를 위로 올렸다 내리면서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다. 좌우로 살짝 돌리면 온수와 냉수도 조절할 수 있다. 손잡이 하나로 물을 틀고, 켜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과거의 수도꼭지는 돌리는 형태였다. 온수와 냉수 나오는 손잡이가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돌리는 것이 너무 미끄럽고 힘이 들어가자, 손잡이를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홈을 팠다.
홈을 파는 것으로도 부족하자 지금과 같이 손잡이 하나로 온수 냉수를 조절할 수 있고, 누르는 것만으로 물을 틀 수 있는 수도꼭지를 만들어 냈다. 팔이 하나 없는 사람들도, 손에 힘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수도꼭지가 된 것이다.
◇문고리, 픽토그램도 UD
문고리에서도 UD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문고리들은 위 아래로 누르면 문이 얼린다. 손에 힘이 없어도,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동그랗게 생겨 힘을 줘 돌려야만 열리던 과거의 문고리와는 다르다.
◇과거 문고리(왼쪽)와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현재의 문고리 <사진 촬영=양예빈 기자>
화장실 픽토그램(사물, 시설, 행태, 개념 등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상징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일종의 그림문자)도 마찬가지다.
지식의 유무,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 없이 누구나 한번 보기만 하면 쉽게 그 쓰임을 알 수 있다. 남자, 여자, 손을 씻는 곳 등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화장실 픽토그램, <사진출처=홈페이지 http://kmug.co.kr>
전문가들은 UD에 대해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개인의 신체적인 문제로 하기 힘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즉 ‘인에이블링(Enabling)’이 유니버설의 핵심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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