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2년 뒤 쌀 시장 개방은 불가피한 것인가?
현행 WTO 협정상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20일 '2015년 쌀 전면개방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최 교수는 "쌀 개방 문제는 관세화 여부가 아니라 관세화 이행 여부의 선택 문제에 불과하며, 이미 조기관세화의 기회가 사라진 현 시점에서는 내년 말 관세화를 이행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내다봤다.
◇"쌀 관세화 유예 원천 불가능"
쌀 관세화는 쌀에 높은 비율의 세금을 매겨 수입하는 것으로 이는 국내 쌀 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찬반논쟁이 분분했다.
한국은 해외 쌀 수축국의 압력 때문에 국내시장을 열고 고율의 수입쌀을 들이거나,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연간 40만톤 규모의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후자를 택해 1993년과 2004년 10년씩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의무수입물량을 받아왔는데 관세 유예 시한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세화를 한번 더 유예할지, 아니면 현상유지 할지 기로에 서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쌀 관세화 재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쌀 관세화 유예를 2014년 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은 현행 WTO협정과 2004년 말에 행해진 다자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WTO 농업협정에 따르면 모든 농산물은 1995년부터 관세화해야 하고 한국은 예외조항에 따라 2004년 말까지 관세화를 유예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만일 한국이 2004년 말 이후에도 개방을 연기하길 원한다면 그 조건과 대가에 관한 모든 사항은 '2004년 말 이전에 타결하는 협상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WTO 농업협정 제 5부속서 8항에 규정돼 있다"며 "2004년 말 합의 당시엔 2014년 이후에 재유예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해 넣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2014년 이후 재유예가 가능한지 여부는 WTO 농업협정의 일반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14년 이후로 재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WTO 농업협정의 모든 규정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만일 2014년 이후에도 쌀 시장 개방을 늦추고자 했다면 2004년 합의 당시 관련 조항을 협정에 넣고 쌀 수출국과 합의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쌀 관세 유예가 만료되는 내년엔 WTO 농업협정의 일반 규정을 적용받게 되는데 현행 규정상 어디에도 쌀 관세 유예를 또 한번 허가 받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WTO에 반하는 국제체제 창설할 수 있나"
최 교수는 WTO 의무면제 제도를 살펴봤지만 이 역시 쌀 관세를 유예받을 수 있는 길은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WTO 체제상 '의무면제'를 획득할 때 기존 농업협정에 위반하는 재유예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얻도록 도와줄리 없고 설사 'WTO 전회원국의 4분의 3 이상 찬성'을 얻어 의무면제를 획득하더라도 그 조건으로 막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또 다른 차원의 국익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최 교수는 "당장 2015년이 됐을 때 우리가 쌀 수입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 주요 쌀 수출국들이 제소한 WTO 패널에서 패소 판정을 받을 게 뻔하고 이러한 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내 주력 수출품에 WTO 무역보복이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관세화를 재 유예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가 아니고 WTO협정을 위반하는 체제를 창설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2014년 말 개방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정책 추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계도 찬반양분..정부 대책은?
최 교수 주장은 냉정한 현실논리를 바탕에 깐 것으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기한이 1년 반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세 유예를 놓고 벌이는 찬반양론에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 주목된다.
현재 쌀 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제 곡물가가 높기 때문에 고율의 관세로 쌀을 수입해도 국내 쌀 산업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관세화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들여오는 쌀 의무수입물량이 부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쌀 농가를 중심으로 국산 쌀은 가격 경쟁력이 워낙 약하고 수입쌀과 맞서는 데 대비할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관세화를 늦추고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정부는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데 정책 초점을 두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여론전을 벌이는 상황이지만 쌀 농가를 위한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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