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감기', 이것저것 구겨넣다 넘쳐버린 그릇
입력 : 2013-08-09 11:20:15 수정 : 2013-08-09 11:23:18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감기'는 지난해 440만 이상을 돌파한 영화 '연가시'와 같은 시기에 진행된 프로젝트 영화다. 하지만 '연가시'가 가지고 있던 특이성은 없었고,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릇을 넘쳐버린 상황이 돼버렸다.
 
순 제작비 100억원이 들은 '감기'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밀입국자를 통해 들어온 원인 모를 치사율 100% 변종 감기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도시에 격리된 시민들의 생존과 사투를 버린 재난 영화다.
 
영화는 기존 재난영화가 가지고 있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클리셰가 이어지고 공포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이기심, 사익 때문에 일어난 생명 경시, 소위 윗사람들의 관료주의에서 나오는 단순한 판단, 혼란 속에서 빛나는 희망과 이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그대로 나타난다.
 
지극히 예상대로 흘러가고 반전도 없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민폐캐릭터들은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도 너무 뻔해 되려 불쾌감만 높인다.
 
소방서 구조대원 지구(장혁 분)은 어떤 위험에서 구출해도 고맙단 말 한마디 없는 싱글맘 인해(수애 분)와 그의 딸 미르(박민하 분)를 지나치게 지키려한다. 총탄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를 두고 사람들을 구하려는 그의 투철한 사명감은 '왜?'라는 의문만 품게 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생명을 구하는 의사의 직업을 가진 인해는 딸을 살리기 위해 어떤 이기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통해 남들이 겪을 수 있는 위기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영화 '타짜'의 고광렬(유해진 분)인가 싶은 배경업(유해진 분)의 대사는 웃기려고는 하나 웃기지는 못하고, 포스터에서 들어간 병기(이희준 분)와 전국환(마동석 분)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저 '나쁘고 멍청한 놈'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여기에 군대 투입에 대한 한·미간 전시작전권을 두고 벌이는 대통령(차인표 분)과 미 대표간의 싸움은 엉뚱하게 튀고,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총을 쏘라 지시하는 총리(김기현 분)의 결정은 현실정치와 동떨어졌다.
 
모성애와 부성애, 관료주의, 전시작전권 대립, 재난, 인간의 이기심 등 다양한 코드를 한 데 넣으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이들이 적절히 녹아들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CG 역시 '미스터고'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준은 되지 못했다. '감기'의 히어로인 지구의 몇 몇 대사는 너무 힘이 들어가 오글거리기까지 하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가까운 호흡기 질병인 감기를 통해 친숙한 공간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어버린 설정과 생명 경시 때문에 발생한 인간 생매장 장면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캐릭터에서 아쉬움은 남지만 장혁과 수애, 박민하의 연기는 크게 어색함이 없었다.
 
스토리 전개가 들쑥날쑥 복잡한 점이나 옛날 영화 같은 연출과 대사, 너무 다양한 메시지, 캐릭터에 대한 부족한 설명 등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 재난영화가 줄 수 있는 매력을 많이 놓쳤다.
 
상영시간 129분.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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