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한국거래소와 윤창중
2013-07-16 16:16:28 2013-07-16 16:19:4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한국거래소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묘하게 비슷하다. 생뚱맞은 소리지만 말이다.
 
한국 증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에서 이틀 연속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국가 기간망에 대한 세계적인 신뢰도 추락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놓고 거래소를 힐난하고 있다. 거래소가 제 집 단속 조차 못하면서 다른 집에 감놔라 배놔라 했다는 것이다. 
 
사건은 이렇다. 어제 오전 9시15분부터 10시21분까지 약 1시간 넘게 각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늦게 전송됐다. KRX섹터지수·프로그램매매·시장별 투자자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 동안 파생상품의 일부 종목 시세가 늦게 제공된 적은 있지만 시장 대표지수가 지연된 것은 처음이다.
 
거래소는 오후 4시58분에서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원인을 밝혔다. 지수 통계 메인시스템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 백업시스템으로 전환했지만, 백업시스템의 지수분배 네트워크 트래픽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략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오늘 새벽 야간선물·옵션거래 시스템 고장이 바통을 이었다. 이틀 연속 사상 초유의 전산 장애가 발생하자 거래소는 오전에 부랴부랴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고 해명에 나섰다.
 
강홍기 거래소 상무는 "전력공급 장치에 붙어 있는 애자(도자기 재질의 절연장치)가 파손됐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정전 사고로 인해 시장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금융감독원과 전산사고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감독 규정상만 따지고 봤을 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은 도의적인 책임에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거래소의 보도자료 배포·브리핑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사고 대처 매뉴얼이 무엇인지, 향후 재발 방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사고 발생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거래소의 무성의하고 안일한 태도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한편, 창조경제를 내 건 박근혜 정부의 일원으로서 윤창중 전 대변인은 성(性)을 통한 '창조외교'·'창조발기'를 보여줬다는 비아냥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때 국가 대표 사절로서 한국문화원 인턴 여직원의 엉덩이를 그랩(grap, 움켜쥐는) 등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은 옛 말이라는 것을 상기시켜려는 듯 윤 전 대변인은 전무후무한 선례를 남겼다. 국가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전 국민이 분노했다. 청와대 참모진이 외국에 나가서 성추행을 하고 있는 마당에 여성가족부나 고용노동부에서 성희롱·성추행 방지 운동을 한들 신뢰가 가겠냐면서 말이다.
 
특히 대통령 사절로서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앞뒤 맞지 않은 그의 변명에 더 열분을 토했다. 
 
청와대는 어떻게 대처했나. 내부에 적절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사건이 알려진 후 6일이 지나서야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이남기 홍보수석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건 두 달이 지난 지금, 윤 전 대변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조만간 미국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중죄는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 피해자 또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성들은 이 같은 결정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어쩌면 말도 안되게 거래소 전산 장애와 윤창중 사건이 오버랩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통(不通) 때문인지 모른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처벌은 유야무야될 확률이 높아졌지만 이 사건 이후 일고 있는 변화의 조짐은 긍정적이다. '윤창중 방지법'이 발의됐으며 중국 수행 시 발마시지 금지, 음주 금지 등의 지침이 내려졌다.
 
거래소도 이틀 연속 발생한 전산사고를 계기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갑(甲)의 자세에서 벗어나서 사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자들과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을 하길 바란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전산 장애에 대비해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전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사고라는 건 예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에 장애 발생 시 거래소의 기민한 대처가 가능해야 한다. 
 
뻔하디 뻔한 소리지만, 우리는 기본을 간과하는 때가 많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