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돌직구' 리포트가 通하였느니라
2013-07-03 17:02:04 2013-07-03 17:05:0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외국계 증권사들의 '돌직구'에 국내 종목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잡주나 소형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시가총액 1위와 6위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말하는 것이다.
  
지난 2일 SK하이닉스 주가가  8.7% 급락했다. 올해 들어 하루 최대 하락률이다.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이 내놓은 투자의견 매도 보고서가 원인이었다. 여기에는 D램 반도체 업황이 3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7일 JP모건이 내놓은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로 인해 한국 증시가 혼란에 빠졌을 때를 연상케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루 동안 6.18% 하락했다.
 
외국계 리포트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길 때마다 국내 대표주의 시가총액 몇 조가 훌쩍 날아가자, 일부 상장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다음 타깃이 어느 회사가 될 지 모른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외국계 리포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국내 증권사의 영업 구조상 기업이나 자산운용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매수 의견을 밝히지 못한다. 때문에 리포트 문맥상 부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알아서' 매도로 이해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
 
얼마 전 만난 국내 애널리스트가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거래대금 감소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수입원인 브로커리지 수입 역시 급감하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증권사 차원의 기업 유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래저래 '매도' 의견을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
 
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는 리서치센터가 영업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갑을(甲乙) 관계에서 자유롭다. 한국 경제나 상장 기업에 직언을 하면서 국내 증권사 리포트와 차별성을 두고 있다.
 
또 현재 외국인은 시가총액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매도하냐, 매수하냐에 따라 개별 종목 뿐 아니라 국내 증시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외국계 리포트를 참고하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계 리포트를 맹신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표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는 국내 증권사보다 국내 시장과 환경 등 전반적인 내용을 잘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럼 이쯤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국내 증권사들은 왜 투자자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걸까. 국내든 외국계든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은 같은데 왜 외국계 리포트에 유독 귀를 기울이는 것일까.
 
리포트 분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내용이 부실하지는 않은지,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무책임한 내용을 내놓은 것은 아닌지 다각적인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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