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전광우 금융위원장 경질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전 위원장을 향하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최악의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기업구조조정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 정부와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전 위원장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과거 경제위기 당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전직 관료나 현재 정부에 몸담고 있는 장, 차관급 인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차기 금융위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석동(행시 23회) 농협경제연구소장이다.
28년간 공직에 몸담은 김 차관은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등을 두루 거치며 위기 때마다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해 '영원한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1995년 부동산실명제 도입,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등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태 수습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게 관가의 평가다.
특히 지난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을 맡고 있던 그는 "'4.3 카드 대책'이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지적에 대해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스스로를 '관치(官治)의 화신(化神)'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가 차기 금융위장 '0순위'로 급부상하는 것은 경제전반에 대한 전방위적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위기 상황에서 '총대를 메고 칼을 휘두를'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재정부 제1차관에서 물러난 뒤 보인 그의 행보도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 핵심요직을 지낸 고위 관료들의 상당수는 대형로펌에 '고문' 등의 직함으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량이 적은 대신 좋은 대우를 받으며 공직자 시절에 비해 편안한 생활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약 6개월간의 휴식기를 거친 뒤 지난해 9월 농협경제연구소장으로 취임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이 향후 '복귀'를 위해 로펌을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로펌에 몸을 담은 뒤 다시 정부 핵심요직에 복귀하는 데는 정치권의 공세나 국민정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도 최근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공동 집필한 '경제학원론'으로 유명한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3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발탁되며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부위원장은 합리적인 업무처리 방식과 학자 출신다운 전문성을 통해 지난 1년간 전 위원장을 무난히 보좌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때 이 부위원장이 향후 한국은행 부총재로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했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전 위원장 후임으로 내정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전문가 출신의 백 위원장은 당초 금융위장 기용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역시 지난해 3월 공정위장에 취임하며 조직을 무난히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그가 금융위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 위원장이 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있긴 하지만 공정위를 이끈 지 채 1년이 안 됐고, 또 금융위장으로 바로 자리를 옮긴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종창 금감원장의 금융위장 기용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은 최근에 다시 제기된 '금융위-금감원' 통합설과 맞물려 등장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별도의 수장을 두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임 없이 나오긴 했지만, 오는 19일 금융위가 여의도 금감원 청사로 옮겨가는 오묘한 시점에서 두 조직의 통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일부의 예측대로 양 조직이 통합될 경우, 금감원을 이끌어온 김 원장이 통합조직의 수장이 되는 게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조직통합론이 나름 설득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역시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다"며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이 통합될 경우 업무 효율화를 논하기 이전에, 임금 수준이나 승진 등을 둘러싼 잡음이 먼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양천식 전 금감위 부위원장과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편, 민간 출신인 전 위원장은 그간 금융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데다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중요한 시기마다 말실수를 거듭해 '금융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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