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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불안한 신흥국, 위험 수준 어느 정도?
2013-06-24 20:05:47 2013-06-24 20:08:58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앵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발언을 하면서 신흥국의 변동성이 확대됐습니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신흥국 증시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네. 그 동안 양적완화의 혜택을 받아왔던 신흥국 시장들이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논의에 큰 위협을 느끼면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주요 신흥국의 증시가 크게 폭락했는데요, 중국 상해 증시가 연초 대비 8.6% 증가했고 홍콩 증시도 10.6% 내렸습니다. 동유럽 국가에서는 러시아 증시가 연초 대비 약 11.9%, 터키는 소요 사태로 6.5% 하락했습니다.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중남미 국가입니다. 멕시코의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13% 하락했고 브라질은 무려 22.8%나 내린 상탭니다.
 
반면에 미국과 선진국 증시는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에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논란에 당사자인 미국보다도 신흥국이 더 큰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앵커: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데 여기에 채권금리까지 급등하고 있어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우려됩니다. 환율과 채권시장 상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현재 신흥국의 국채금리는 크게 상승했습니다. 또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이른바 주식, 채권, 환율에서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홍콩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초 대비 1.29% 상승했습니다. 중국의 단기채권인 3개월물 금리는 연초 대비 3.9%P 급등하면서 무려 8.5%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와 터키의 통화가치는 달러대비 각각 7%, 8% 절하됐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10년물 국채금리는 7.74%인데 반해 단기 3개월물 금리가 그와 비슷한 7.03%를 기록하고 있어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의 헤알화도 달러 대비 약 8.5% 상승하면서 약세가 심화됐고 10년물 금리는 토빈세 폐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초 이후 계속 상승해 11.45%를 기록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3개월물 금리는 무려 18.25%로 사실상 국채가 거래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앵커: 그렇다면 신흥국의 자금조달에 제동이 걸렸을 텐데요.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있는데다가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채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신흥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던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축소되고 있는데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신흥국에서는 지난 3주간 190억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브라질증시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56억달러가, 인도채권에서는 32억달러가 이탈했습니다.
 
2008년 이후 국채발행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신흥국들이 국채발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루마니아는 2억달러 규모의 7년만기 국채발행을 취소했고, 러시아도 100억루블 규모의 국채발행을 포기했습니다. 러시아의 국채발행 취소는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입니다.
 
그 밖에도 콜롬비아는 20년만기 페소 표시 국채발행 물량을 당초보다 40% 축소했고 중국의 국채발행 역시 목표 조달금액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마이클 샤올 마켓필드자산운용 대표는 "현지 통화로 발행하는 국채는 수요가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더 어려울 것"이라며 "신흥 시장의 국채 발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보면 신흥국 시장에 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외채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던 탓에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기자: 네 미국의 낮은 금리 덕분에 그 동안 신흥국들은 외채 비중을 늘려오면서 경기를 부양시켰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양적완화 축소에 과도한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과 태국의 외채는 지난 4년 간 연평균 각각 19.2%, 19.6% 증가했고, 브라질은 13.8%, 인도네시아는 13.1%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터키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액의 130.8%에 달하고 아르헨티나는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금리가 높아지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금융위기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앵커: 신흥국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은 없습니까?
 
기자: 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은 신흥국이 각국에 특화된 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게리 라이스 IMF 수석 대변인은 "각국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정책은 신흥 시장이 미국의 금리 상승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신흥국들은 시장 유동성과 자금 유출의 범위에 따라 정책을 사용하고 시장 기능을 질서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어드바이저 수석스트레지스트는 위험성이 가장 부각되고 있는 브라질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일정 범위 내에서 레알화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그 밖에도 지웨이 장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연준이 본격적인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하기 전에 확실한 전략을 짜둬야 한다"며 "그러나 충격의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몇 달 간 디레버리지(빚 상환) 과정에서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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