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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말실수'..언제까지 계속되나
2009-01-14 14:34: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또 다시 '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말실수'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그가 두산과 동부 등 기업 실명을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금융위원회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서둘에 진화에 나섰지만 해당 기업들은 '금융위원장의 말실수가 너무 잦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금융당국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에 비해 그간 너무 설익을 말을 쏟아냈다며, 보다 신중한 발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두산, 동부 발언..개념설명일 뿐"..해명에 진땀
 
전 위원장은 14일 '매경 증권인상' 시상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언급된 기업들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며, 금융당국 입장에서 언급할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에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그렇게 언급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중견 대기업'에 대한 개념설명일 뿐, 이들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전 위원장은 전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슬람금융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과 동부를 언급하며 "상반기 경기침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해당기업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어제(13일)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전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의 한 직원은 "오늘(14일) 전 위원장이 해명한 것을 보니 해명내용이 거짓말 같지는 않다"면서도 "금융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인물이 그렇게 쉽게 발언을 하면 민간기업들 입장에서는 충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 "기준금리 인하" 발언 등 대형사고 속출
 
문제는 그의 '말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실제로 그간 문제가 됐던 그의 발언들은 기업 구조조정, 한국은행 기준금리, 대주단 협약 등 여러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걸쳐있다.
 
가장 최근 문제가 됐던 사례는 건설사 대주단 협약과 관련한 '인센티브' 발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국제금융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주단 협약에 1차로 가입한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중에 참여하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며 한발 물러섰다. 기존에 언급된 대주단 협약 가입에 따른 금융지원 외에 별다른 인센티브는 없다는 것이다.
 
당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 받을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무슨 있지도 않은 인센티브를 얘기하느냐"며 전 위원장의 설익은 발언을 비판했었다.
 
같은 달 19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투자설명회(IR)에서 언급한 '낫과 망치', '짝짓기' 발언도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하지 않은 표현이 쿼트(큰따옴표를 사용한 직접인용)된 게 있어서 당혹스러웠다"며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잘 버텨나가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과거 위기 때 사용했던 연장을 재점검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가장 큰 '대형사고'는 역시 19일 언급한 '기준금리 인하' 발언이다.
 
그는 당시 뉴욕 IR에서 "기준금리를 2%포인트 내리면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전 위원장은 이 발언으로 한승수 국무총리의 질책을 받은 것은 물론, 직접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는 등 체면을 구긴 것으로 알려졌다.
 
◇ '말주워담기' 반복되면 신뢰추락.."좀더 신중해야"
 
이처럼 금융당국 수장의 잇단 말실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와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전 위원장이 공직에서 일한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보다 자유롭게 말하는 민간 부문의 스타일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이 한번 했던 말을 다시 주워담는 상황이 반복되면 정부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감독기구의 시그널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할 말과 안 할 말을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일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금융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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