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가 합법?' 공인중개사시험 오류 인정 안돼
행정심판 결과..행심위 "법규정 직접 위반한 것 아냐"
입력 : 2013-06-03 14:59:19 수정 : 2013-06-04 15:13:21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23회 공인중개사 시험 문제 오류 논란과 관련, 수험생들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로 '조세회피가 불법이 아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최근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세운 한국인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등 조세회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수험생들이 오류를 주장한 문제는 부동산학개론 A형 18번으로, 틀린 지문을 고르라는 문제의 정답이 '절세는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행위이며, 조세회피는 불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려는 행위이다'로 처리됐다. 답안으로만 보면 조세회피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조세회피란 조세법이 예정하지는 않았지만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해 납세자가 조세부담을 줄이는 것"이라며 틀린 지문이 맞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수험생들은 "조세회피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문제를 통해 합법성, 불법성 여부를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조세회피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등 조세회피의 위법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서도 부적절한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23회 공인중개사 수험생들이 지난 4월5일 서울 미근동 중앙행정심판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23회 공인중개사 수험생 모임)
 
행정심판은 공인자격시험 결과 등 행정처분의 위법·부당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국민권익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진행된다. 
 
앞서 지난 3월19일 열린 심리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세회피의 법리상 개념은 명확하며 법 규정을 직접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불법이 아니다"며 출제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달 28일 열린 최종 심리에서는 "조세회피는 법리상 개념이 불분명하여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없으므로 틀린 문장"이라는 이유를 들어 심리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5일 구술심리에서 행정심판위원회는 수험생 측 전문가 의견을 보충해 다시 심리를 열기로 했지만 심리 일정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심리에서 수험생들은 이유영 조세정의 네트워크 동북아 챕터 대표의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역외탈세 등 조세회피 분야 전문가인 이 대표는 의견서를 통해 "조세회피와 절세는 통용돼 온 측면이 있으나 최근에는 조세회피의 위법적, 탈법적 측면이 조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또한 "자진신고를 기본으로 하는 조세제도의 본질 상 납세자는 모든 소득에 대해 신고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세정당국에 보고하지 않으면 탈세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일부 수험생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된 18번 문제는 오답률이 가장 높은 문제 중 하나로 오류 인정 여부에 따라 당락이 엇갈리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험생 이모씨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합의되지 않은 조세회피의 합법성 여부를 국가시험에 출제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조세회피가 불법이 아니라면 합법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부동산 명의신탁이나 가장양도 등도 합법이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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