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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세계로)①일본과 한국의 성공방정식은 다르다
개인주의 성향 감안·우수 IP 활용해야
2013-06-03 15:00:00 2013-06-03 17:12:31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모바일 게임 시장처럼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장이 또 있을까? 국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공급이 수요를 훨씬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만 1000여개가 넘는 모바일게임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거의 유일한 국내 성공통로인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될 수 있는 게임은 연간 100여종에 불과하다. 10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겨우 출발선에 설 수 있지만, 대다수의 게임들이 일주일 가량 ‘반짝’ 한 뒤 이용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이에 더 큰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일본·중국·미국 등 빅3 마켓을 분석하고 게임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전략과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일본에서는 피처폰을 통한 특유의 카드배틀·RPG(역할수행게임) 등 소셜 게임이 모바일 게임시장을 지난 2009년부터 장악해 왔다.
 
이 시장은 일본 고유의 게임성을 갖춘 게임들로 채워져, 그동안 한국 등 외국 회사들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한국 모바일 게임의 성공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으로 일본을 꼽는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한국 게임사들의 노하우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도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 ‘라인’, 일본서 캐주얼 게임시장을 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YRI)와 따르면 지난 2009년 361억엔(약4400억원)이었던 일본 소셜 게임 시장은 2011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2824억엔(약3조18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올해는 4256억엔(약4조79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스마트폰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 성장세, 지난해와 올해 수치는 예상치다.(출처=야노경제연구소)
 
스마트폰 앱스토어를 통한 매출은 지난해까지 전체의 10분의1에 불과했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 매출 100억엔(약11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겅호엔터테인먼트의 퍼즐 RPG인 ‘퍼즐&드래곤’,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을 통해 출시돼 한국 매출을 넘어선 위메이드(112040)의 ‘윈드러너’ 등이 스마트폰 소셜게임 시장을 크게 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윈드러너의 성공은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캐주얼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유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국 회사들이 다른 나라 회사들보다 앞서있는 부분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캐주얼 게임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카드배틀이나 RPG 등 다양한 장르가 출시되고 있는 '카카오 게임하기'와는 다르게 라인에서는 당분간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NHN(035420)에 따르면 라인의 게임 선정기준은 코어 게이머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게임으로, 일반 사용자들이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한다.
 
◇ 윈드러너는 일본에서 라인을 통한 캐주얼 소셜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진제공=위메이드)
 
◇‘카카오 게임하기’와는 다른 일본의 성공 방정식
 
윈드러너의 사례를 보면 한국의 카카오 게임하기와 일본 라인을 통한 모바일 게임의 성공 방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마케팅 방법이나 게임의 운영 등에서 다른 점도 많다.
 
한국에선 카카오톡의 강력한 소셜기능이 모바일 게임의 성공의 열쇠였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지나친 ‘소셜 마케팅’은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다.
 
석주완 위메이드 본부장은 “일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한국처럼 게임 관련 메시지를 자주 보낸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일본에서는 윈드러너도 추천 기능 등에 한국보다 많은 제한을 뒀다”고 밝혔다.
 
또 일본은 초기에 성공과 실패가 결정나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과는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라인의 경우는 아직까지 한달에 3~4개의 게임만을 런칭하고 있어 카카오톡 게임에 비해 오랫동안 이용자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석 본부장은 “한국에서는 모바일게임 오픈 초기에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지만 일본에서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서서히 모인다는 차이가 있다”며 “또 선호하는 업데이트 방향, 게임 밸런스에 대한 평가도 다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우수 IP 확보는 곧 ‘성공’의 지름길
 
일본 게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IP)이다.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건담(로봇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미소녀 캐릭터가 나오면 실패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보다 캐릭터 게임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최근 일본의 대형 소셜게임사 중 한 곳인 ‘그리’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폰 게임 라인업을 대폭 축소했지만, 반다이남코와 같은 다른 게임회사의 IP를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 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의 스마트폰 게임 라인업.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들이다(자료제공=그리코리아)
 
한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모바일 게임 회사라면 우수한 IP를 통해 일본 진출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이 일본의 우수 IP를 좋은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일본 게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수한 IP를 가진 일본의 게임업체들도 적어도 스마트폰 게임 분야에서는 한국 게임 업체들의 기술력을 더 우수하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계속 성장하면서 스마트폰 개발에 노하우가 많은 한국 게임업체들 대한 일본 시장의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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