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 지원이요? 우리같은 소공인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이 있다는 건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여태껏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거죠."
지난 22일 신도림동에서 만난 박영동 제일ENG 대표는 최근 지인을 통해 소공인이 직원 채용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 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이제부터 하나씩 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상반기부터 진행되고 있는 '소공인 경영대학' 수강을 계기로 회사경영에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다잡을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정부 지원책 적극 홍보해야"
한국소공인진흥협회는 올해 초부터 문래동 소재 10인 미만 제조기업 대표와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혁신을 위한 소공인 경영대학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미 1기와 2기가 배출됐고 현재 3기 수강자를 모집 중이다. 이들에게는 소공인 정책자금 정보 제공, 경영·컨설팅 지원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우선 혜택이 주어진다.
◇한 금속가공공장에서 기술자가 기계를 다루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박 사장은 1기로 소공인 경영대학을 이수했다. 문래동과 신도림동 일대의 소공인들이 뭉쳐서 정부정책에 대한 공부와 경영관련한 지식을 겸비해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즈음이다.
문래동과 신도림에 기계정밀집적단지가 조성된지 꽤 됐지만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하나 없던 것도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다. 그는 이제라도 상황을 다잡기 위해 문래동 소공인연합회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 중이다.
박 사장은 "정부 지원정책이 있다는 것을 화이트 칼라만 알고 블루칼라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소공인에 대한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주위에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말 송년회 동종업계 모임에 관련자를 초빙해 소공인 대상 중소기업청 및 정부의 정책을 알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박 사장은 "비록 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어도 우리가 협회 활동을 중심으로 기반을 닦아놓으면 누군가는 혜택을 받을 것이고, 그게 이어진다면 우리 업종도 절대 고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11일부터 개강하는 소공인 경영대학 3기 모집을 위해 업체들을 방문한다는 박 사장은 이렇게 다짐했다.
"우리같은 '쇠쟁이' 중에는 외골수도 많고 고집 센 사람도 많아서 뭉치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와 후배들을 위해 뭉칠 겁니다."
◇"소공업은 평생 직장..젊은이들 창업 늘려야"
소공인 경영대학 같은 프로그램이 조금 일찍 주어졌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반응도 있었다. 이런 기회를 계기로 상식과 시야를 넓혔다면 젊은 시절 모험을 해볼 수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정우성 대신정밀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래동 일대에 밀집된 금속가공 업체들(사진=이보라 기자)
"우리는 이제 너무 늙었어요.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이론을 겸비한다 해도 더 이상 모험할 힘과 능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조금 일찍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이곳 신도림 문래동 일대 사업주 및 근로자들은 최소 16살부터 군대 제대 후, 기술을 배우기 위해 청계천으로 뛰어든 이들이 다수다. 때문에 정식의 이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현장과 실기에는 강하지만 스스로 “이론이 약하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이론을 겸비한 젊은이들이 공장을 차리면 "우리들보다 훨씬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술적 재주가 있는 인재들이 대기업 책상 머리에 앉아 한평생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정보에도 밝고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인재들이 공장을 차려서 고정 거래선을 확보하게 되면 훨씬 수월하게 '정년 없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기계가공업을 사양산업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 평생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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