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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지원대책)쓴잔 마셨던 벤처붐의 역사
2000년 벤처 광풍 불었지만 사건사고 일으키며 추락
2013-05-15 15:45:12 2013-05-15 15:48:0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가 꺼져가고 있는 벤처붐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벤처자금 생태계 선순환 대책을 15일 내 놨다.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할 수 있는 벤처야 말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최적의 도우미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1990년대말부터 쓰여지기 시작한 한국 벤처역사는 사실 '한 때의 광풍'으로 치부될 정도로 지금은 시들한 상황이다.
 
1997년 찾아온 IMF 금융위기로 대우, 한보 등이 무너지면서 대마불사 신화는 사라졌고, 구제금융이라는 과제를 안고 태동한 김대중 정부는 벤처 육성에 사활을 걸고 제2의 도약을 준비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현오석 부총리 및 미래부 장관, 공정위,금융위 부위원장등과 벤처 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현오석 총리는 "이번 대책은 창업과 성장, 회수, 재도전 등 전단계에 걸친 방안이라"이라며 "DJ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대량실업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미래산업 육성 정책으로 벤처 산업은 제격이었다. 1997년 8월에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벤처지원을 본격화되면서 산업육성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벤처혁명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KAIST, ETRI, 대기업 연구소 등의 유능한 연구인력들이 벤처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
 
IMF라는 시대적 난국은 '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시중의 자금이 바로 코스닥시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1999년부터 코스닥 시장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도 상승했다. 코스닥->벤처기업->벤처캐피탈->엔젤(개인투자자)로 활기를 띄면서 그 붐은 확산됐다.
 
특히 벤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부정책에 대학가와 창업시장이 들썩였다.
 
중소기업청의 1999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3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취업관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3.8%가량이 대기업보다 벤처를 선호했다. 창업희망분야는 주로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 등 첨단분야가 73.9%에 달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급성장한 시장은 부작용도 쉽게 노출했다. 벤처로 등록하면 바로 정부의 지원이 쏟아졌기 때문에 이렇다할 기술이 없더라도 자금을 노리고 벤처 등록을 추진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무자격 기업이 벤처로 둔갑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당시 안철수 바이러스연구소 대표는 "현재와 같은 거품이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벤처기업의 95%가 망할 것이다. 아이템도 없이 코스닥에서 돈놀이를 하는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라며 '비정상적인 벤처 열풍'을 경고하기도 했다
 
경고대로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의 정책이 연속성을 갖지 못했다. 구조조정 등 경제위기를 졸업하기 위한 산적한 현안들이 벤처에 대한 관심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부처간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벤처 지원정책은 기업인과 투자자들로 하여금 벤처정신을 망각해 벤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금융사고도 잇따라 터졌다. 정현준과 진승현 사건으로 벤처기업가의 윤리문제가 대두되면서 벤처와 벤처기업인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은 1999년~2000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금고에서 2000여억원의 불법대출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금감원 정관계 고위층의 연루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승현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 역시 수백억원대의 돈을 횡령했다.
 
코스닥시장의 열기도 식기 시작했다. 2000년 4월 이후 코스닥 주가가 급락하면서 벤처들이 유상증자를 연기사례가 늘어났다.
 
고위험과 고수익을 추구해야하는 창업투자사들 역시 전문적인 경영능력이 부족해 저위험과 고수익 투자처를 선호하게 되자 이곳에 우선 자금이 몰리게 됐고, 고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진정한' 의미의 벤처는 뒤로 밀려나게 됐다.
 
2003년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의 확인벤처를 받은 회원사는 1998년~2000년 두 배 가량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1년 이후 급속히 꺾이기 시작한다. 2004년 상반기에는 퇴출 벤처의 숫자가 신규등록 벤처 숫자를 넘어섰다. 퇴출 벤처의 비중은 2001년 20%에서 2004년 상반기 88%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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