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장옥정', 김태희만의 문제인가?
2013-05-14 13:25:34 2013-05-14 13:28:30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아마 우리 작품을 보시면 '장희빈이 정말 악녀였을까' 의심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설득력있게 장옥정을 다시 그려보고 싶습니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희대의 요부이자 악녀로 알려진 장옥정을 새롭게 그리고자 노력한 티가 역력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강박관념을 만들어낸 듯하다. 지난 13일 방송된 '장옥정'에서 김태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단한 변신을 감행했다. 중전인 인현왕후(홍수현 분)가 자신을 외면했다고 임금인 숙종(유아인 분)에게 고하고, 중전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애써 임금에게 교태를 부리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뒤를 봐주는 대왕대비 조씨(이효준 분)에게 착 달라붙어 환심을 사려하는 모습까지. 억울하게 당하기만 했던 침방나인 장옥정이 아니었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임금의 유일한 정인(情人)으로서 권력 앞에 당당해지고자 마음을 굳건히 다진 매혹적인 여걸 장희빈의 본격적인 활약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장옥정의 입궐과 함께 여인들의 사랑싸움이 본격화되자 드라마는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더불어 시작부터 줄기차게 제기돼온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도 한층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드라마의 흐름은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비록 장옥정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그녀가 악녀로 변화하는 모습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하를 다 가지겠다"는 분전의 각오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비약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김태희의 악녀 연기가 대단히 상투적이고 어색하다는 느낌마저 안겼다. 좀더 다양하고 극적인 상황을 통해 주인공이 감정의 변화를 겪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더라면 드라마가 탄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장옥정을 악녀로 변신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처럼 그녀를 희생자로 만들놓고 김태희의 연기를 한쪽으로 몰아가는식의 어설픈 전개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김태희의 연기력을 논하기 전에 제작진이 끌어가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드라마의 짜임새가 엉성한 것은 물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하는 부실한 대본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평론가 권경률씨는 "장옥정의 이미지는 사극에서 악녀로 굳어져 있다. 그러나 이는 왜곡된 이미지일 수 있다. 서인과 인현왕후, 숙빈최씨 등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의 희생자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엔 드라마가 이를 보여주고자 한 것 같은데 장옥정이 악녀로 변신하는 과정을 좀 더 설득력있게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어쩌면 그가 지금껏 구축해놓은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서울대 출신에 지적이고 예쁜 배우라는 이미지가 깊이 각인돼 있어 김태희가 캐릭터에 녹아드는 모습이 쉽게 보이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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