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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안학수 하사 동생, 연좌제 보상금 받는다
2013-05-08 06:00:00 2013-05-08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베트남 전쟁 당시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국군포로로 인정받은 안학수 하사의 동생 안용수씨(61)가 연좌제로 묶여 국가로부터 받은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재판장 윤인성)는 안씨가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납북피해자 불인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1980년대 연좌제가 폐지되기까지 국가공권력 행사로 이뤄진 월북자 가족에 대한 사찰과 감시, 폭행 등은 직접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원고의 교사와 급우들의 사실 확인으로 가혹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우수한 성적에도 대학에 제때 진학하지 못한 점과 교대에 진학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교사 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국가공권력 행사와 원고의 상이(傷痍) 사이의 인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하사는 1964년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가 1966년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실종됐는데, 그 직후 북한 평양방송은 안 하사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한국 정부는 1994년과 2000년, 2007년 3차례에 걸쳐 안씨의 형이 탈영해 북한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는 국방부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안씨가 수차례 민원을 낸 결과,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워원회는 2009년 안 하사를 납북자로 인정하고 가족들에게 위로금 330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안씨는 "형이 월북자라는 이유로 고교 시절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 요원으로부터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며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다.
 
실제로 고교 동창 김모씨는 안씨가 "한 달에 1~2번 보안사에 끌려갔고, 돌아올 때는 허리를 움켜쥐고 비틀거렸다"는 내용의 진술을 법정에서 했다.
 
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안씨는 1학년 때 조퇴 3회, 2학년 때 조퇴 19회, 3학년 때 사고로 결석 53회를 한 것으로 나와있다.
 
당시 안씨의 3학년 담임은 "'보안사의 가혹한 행위 때문'으로 기재할 수 없어서 '가정사정'으로 결석사유를 적었다"고 전했다.
 
안씨는 고교 시절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이 잦아졌고, 2010년 정신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위원회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고, 안씨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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