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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ECB, 추가부양 가능성과 효과는?
드라기 "마이너스 금리까지 고려"
2013-05-07 17:23:31 2013-05-07 17:26:2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추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 조치를 전후해 부진한 경제지표가 쏟아지자 금리를 또 한 번 낮춰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이다.
 
특히 유럽 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마저 주요 산업에서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추가 금리 인하를 비롯한 강력한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지난주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경기 부양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전했다.
 
◇드라기, 추가 금리인하 시사..암울한 경제지표 탓
 
이날 드라기 총재는 로마에서 열린 대학 강연회에서 "앞으로 몇 주일간 유로존 경제에 관한 모든 경제지표를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며 "필요하면 다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ECB는 9개월간 유지했던 0.75%의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유로존 기준금리 추이 <사진제공=유럽중앙은행>
 
저금리로 투자를 활성화해 유로존 경기를 부양하고 주요국 통화 대비 고평가된 유로화 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금리를 재차 낮추는 등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하는 4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9로 15개월 연속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수가 50 이하면 기업 경기 위축을, 이상이면 확장을 의미한다.
 
게다가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마저 암울한 경제지표를 내놓아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 시켰다. 
 
지난 4월 독일의 서비스 부문 PMI는 49.3으로 떨어져 전달의 50.6에서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 경제가 확장에서 위축세로 전환됐음을 뜻한다.
 
같은날 발표된 유로존 소매판매 역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전망 어두워..마이너스 성장률 심화 가능
 
이같이 암울한 경제지표에 전문가들은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하워드 아처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률 폭이 깊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올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팀 무어 마르키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서비스 부문은 앞으로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2분기 동안 경기 확장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마르키트는 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유럽 주요국도 올 2분기 경기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기존 마이너스 0.3%에서 마이너스 0.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예금금리 마이너스 '전환'·금리 인하..유동성 확대로 경기 부양 가능 
 
경제지표와 전망 모두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자 드라기는 이날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면 예금자들이 자동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축보다 투자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기업이 자금을 대출해 사업을 확대하면 고용이 확대되고 개인의 은행대출이 늘면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나게된다. 이에따라 기업의 수익 증대와 투자 확대, 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은행들이 경기 불안감에 자금을 풀지 않고 쌓아두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은행들이 규정보다 1000억유로가 넘는 자금을 더 확보해 놓은 상태라 자금이 풀리기보다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되면 유로화 가치가 하락해 수출에 유리해 진다. 무역 적자에 허덕이는 유로존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드라기의 발언 이후 유로화 대비 달러화는 전 거래일 대비 0.3% 하락해 1만3074달러를 기록했다.
 
사카사이 유키 바클레이즈 외환전략가는 "드라기 총재는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이다"라며 "유로화 가치는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실물경제 효과 '미비'..독일 반대도 넘어야
 
그러나 금리 인하가 곧바로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독일이 여전히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WSJ는 스위스, 덴마크 등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 착안해 WSJ는 ECB가 마이너스 예금금리를 적용해도 기대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효과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의견이 많았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를 0.25% 낮췄다고 해서 급격히 악화된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줄곧 기준금리 인하를 반대해왔던 독일이 금리 인하 주장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ECB가 독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미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단행한 터라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독일 당국은 ECB의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투자위험만 높일 뿐 경기를 부양하는 실질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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