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채우다
마스크 연극 <소라별이야기>
2013-04-08 09:10:40 2013-04-08 09:13:26
[뉴스토마토 이현주기자] ‘숨어’, ‘위치로’, ‘출동!’, ‘모여라’, ‘잡아봐라’, ‘엎드려’ …
어린 시절 골목놀이를 할 때 늘 필요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쓸 일이 없어져버린 움직임과 말들이다. 무엇을 잊고 사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이 시대, 잠시 짬을 내어 잃어버린 동심과 정서를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창작집단 ‘거기가면’의 <소라별이야기>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어린 시절 추억을 ‘마스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와 결합시킨 연극이다. 지난해 독일 포크방 신체연극 페스티벌(Folkwang Physical Theatre Festival)과 중국 세계연극대학연맹에도 참가했던 이 작품은 서울 세실극장 무대에서 오픈런으로 진행 중이다.
 
 
동네에서 온갖 못된 짓(못된 짓이라고 해 봤자 겨우 남의 집 감 서리를 하는 정도다)을 일삼는 4총사인 대장, 동수, 창석, 똥개는 어느 날 서울에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내려온 소라를 만나게 된다. 하얀 피부를 지닌 예쁜 소녀지만 벙어리라는 아픔을 안고 있는 소라가 시골 아이들과 동화되는 과정, 수줍은 소년 동수와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극의 줄기를 이룬다. 마치 소설가 황순원이나 김유정의 작품처럼 평범하지만 진솔하고, 친근한 스토리다.
 
그러나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실주의 연극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마스크를 이용한 신체연극이다. 장치와 소품이 거의 없는 간결한 무대에서 해학적인 모습의 가면들이 중요한 오브제로 작동한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린 마스크 때문에 배우의 표정을 볼 수 없는데도 관객의 몰입도는 높은 편이다. 중립적인 표정과 커다란 움직임의 조화가 계속해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무대를 가득 채운다.
 
무용이나 마임과는 결이 다른 투박한 움직임들이 철 없던 어린 시절을 환기시킨다. 활동 범위가 넓은 시골 아이들처럼 배우들은 극 중에도 몇 번씩 관객석까지 뛰어든다. 온통 과장된 몸짓들이지만 어린이의 탈을 쓴 어른 배우들의 섬세하고 짓궂은 연기가 관객들을 동심과 놀이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플래시백처럼 보편적 어린 시절을 더듬는 장면들, 그리고 시종일관 따스한 음악과 조명들도 서울 시내 한가운데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작 공동창작, 연출 백남영, 마스크제작 이수은, 무대 박창민, 출연 구기환, 장원, 홍상표, 홍다미 등. 평일 8시, 토·일 5시 (월 공연 없음, 문의 02-741-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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