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투자자 A씨는 지난 2011년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에 투자한 후 속앓이를 하고 있다. 2년간 40%가 넘는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10%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미국 중부지방의 한파 영향으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4월1일) 24.1% 올랐지만, 천연가스펀드 수익률은 5.78%에 그쳐 원금회복이라도 기대했던 A씨는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최근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속병을 앓고 있다.
지난 2008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고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천연가스펀드에 가입했지만, 고공행진하던 천연가스 가격이 대체제인 셰일가스의 등장과 함께 폭락하면서 환매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이 원금을 절반 가까이 까먹는 상황에 처한 것.
더군다나 해당 펀드의 편입자산이 롤오버(만기 연장)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국면으로 진입해 있어 전문가들은 원금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원자재 등 상품 관련 펀드의 2년 평균 수익률(1일 기준)은 -11.02%, 3년 수익률은 13.9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8.05%, 17.31%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의 성과는 처참하다. 유리자산운용의 유리글로벌천연가스증권자H[파생결합증권-파생]_C/A의 2년 평균 수익률은 -44.91%를 나타냈다. 3년 수익률도 -54.88%를 기록해 원금의 절반 가까이 까먹은 것.
해당 펀드가 이처럼 부진한 성과를 나타낸 것은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과 함께 펀드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물 거래의 구조 영향이 크다.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는 천연가스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자산의 50% 이상을 천연가스 시세를 기초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고, 일부를 천연가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현금성 자산 등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문제는 DLS 상품이 해외 투자은행(IB)들이 발표하는 천연가스 관련 지수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수는 선물 거래와 연결돼 있어 이와 관련된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는 곧 펀드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선물 거래를 추종하는 지수의 경우엔 근월물을 원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파는 선물 가격이 동일하지 않아 매매 손익이 발생한다. 상품 시장이 안정적일 경우에는 보통 만기가 많이 남은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싸기 때문에 롤오버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지만, 상품 가격이 급등할 시기에는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더 비싸 손실이 발생한다.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가 투자하는 DLS에 영향을 미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근월물보다 원월물 가격이 더 비쌌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폭보다 해당 펀드의 수익률이 더 크게 하락한 것.
유리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천연가스에 대한 산업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 가운데 셰일가스가 부각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해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펀드는 최근월이 아니고 매년 4월물로 최적화한다"며 "천연가스 원월물 선물 가격을 반영해 DLS 인덱스가 나오는데, 최근엔 최근월 선물 가격이 올랐음에도 내년 4월물 가격이 크게 오르지 못하는 등 민감도가 떨어져 펀드의 상승률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업계 펀드판매 관계자는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는 지난 2008년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황) 상황이 별로 없어서 ETF와 인덱스 실적이 비슷하게 따라갔다"며 "하지만, 2009년 이후부터는 마이너스 롤오버 이펙트(근월물보다 원월물이 더 비싼 경우)가 발생해 ETF와 인덱스 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해당 펀드도 부진한 성과를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유리자산운용의 천연가스펀드에 대한 향후 전망도 어둡다. 미국 등 글로벌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어려운 가운데 셰일가스의 부각으로 천연가스 가격의 반등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당 펀드는 단기적으로 회복이 힘들어 보인다"며 "당시에 천연가스의 공급 과잉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데다 지금은 셰일가스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원자력 대신 셰일가스에 의존하고 있다"며 "폭락한 천연가스 가격이 반등하려고 해도 셰일가스라는 대체제가 있어 쉽게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업계 펀드판매 관계자도 "해당 펀드가 출시됐을 때 천연가스가 바닥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천연가스에 대한 산업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힘든 가운데 신 기술 개발과 셰일가스 등장으로 공급 물량마저 늘어나 천연가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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