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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맥주맛', 그 오해와 진실
맛 둘러싼 주장들 진위 따져보니
2013-03-12 11:32:26 2013-03-12 13:23:23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최근 수입 맥주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국산 맥주의 맛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맥아 함량, 제조 기술, 진입 장벽 등에서 비교 대상이 되면서 심지어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란 외신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맥주맛이 부드럽거나 강한 것의 차이는 제조방법에서 비롯되며,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와 음주문화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류업계는 주장한다.
 
국산 맥주맛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따져봤다.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북한 대동강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이 특징인 에일식 맥주로 영국 등 유럽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다.
 
반면 깨끗하고 상쾌한 라거식 맥주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유럽식의 강한 맥주보다는 국내 맥주가 더 적합하다.
 
맥주의 제조방법은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인 하면발효와 맛이 두텁고 농도가 짙은 상면발효로 나뉘며 국산 맥주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다.
 
특히 맥주는 기호식품 중 하나로 입맛에 따라 맛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음식과 주변 환경, 생활습관 등의 문화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맥주를 음료처럼 마시는 유럽과는 달리 주로 음식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국산 맥주는 주원료인 맥아 함량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주세법상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돼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오비맥주 'OB골든라거'
하지만 이 맥아 비율은 저(低)맥아 수입 맥주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세 목적일 뿐이지 실제 함량은 아니다.
 
국내 주세법상의 맥아 비율과 상관없이 대부분 국산 맥주는 맥아 함량이 70% 이상이며 오비맥주의 OB골든라거와 같이 100%인 맥주도 있다.
 
또 글로벌 브랜드들이 맥아 이외에도 다양한 원료를 사용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어, 맥아 함량만으로 맛과 품질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호가든은 밀을 주원료로 커리앤더, 오렌지껍질을 사용하며, 아사히는 맥아, 쌀, 옥수수, 밀러는 맥아, 옥수수, 삿포로는 맥아, 쌀을 원료로 활용한다.
 
◇수입 맥주보다 제조기술이 떨어진다?
 
업계는 근거없는 비방이라고 펄쩍 뛴다. 실제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수입 맥주 중에는 국내 생산라인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오비맥주는 외국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을 각각 1988년과 2008년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1981년부터 1987년까지 하이네켄을,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레벤브로이를 생산했으며, 하이트(조선맥주)는 1986년부터 약 10년간 칼스버그를 제조해 판매했다.
 
현재 오비맥주는 홍콩시장 점유율 1위인 프리미엄 맥주 블루걸을 비롯해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세계 30여개 국가에 40여개 브랜드를 수출 중이다.
 
하이트진로(000080) 역시 라거비어, OSB, CSG 등을 비롯해 주문자 상표 제품을 수출 전용으로 생산하고 있다.
 
◇2개사 과점으로 맥주가 다양하지 않다?
 
국내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두 업체가 출고량 기준 90%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과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드라이피니시d'
수많은 브랜드의 수입 맥주가 들어오면서 이들 업체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권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1년 유럽풍 맥주 OB골든라거를 출시했고 대표 브랜드인 카스는 카스 후레쉬, 카스 레드(6.9도), 카스 라이트(저칼로리), 카스 레몬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대표 브랜드인 하이트를 비롯해 맥스(100% 보리맥주), 드라이피니시d(드라이 공법), 에스(저칼로리), 스타우트(흑맥주) 등 특성이 다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판 중인 수입 맥주 브랜드만 200여종이 넘는 등 앞으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한 세금과 진입장벽이 진출을 막는다?
 
지난 2010년 맥주 면허시설 기준이 이전 1850㎘에서 100㎘로 대폭 낮아지면서 시장 진입장벽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규제 완화 이후 롯데가 곧바로 맥주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현재 충북 충주시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으며, 제주는 맥주면허를 받아 시제품을 개발 중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에 이은 세번째 맥주업체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맥주를 생산해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규모 맥주제조업인 마이크로 브루어리(하우스맥주)가 2002년부터 허용되는 등 맥주면허는 일찍이 개방됐으며 이후 마이크로 브루어리는 170여개로 확대됐다.
 
맥주의 주세율은 1996년 이후 점진적으로 하락했고 2007년 이후 맥주, 소주, 위스키의 주세율은 72%로 같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 맥주의 마니아층이 확대되고 있으나 유럽 맥주 특유의 진하고 쌉쌀한 맛만을 소비자가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각종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목 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국산 맥주맛은 결국 소비자 선택의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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