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염현석기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기업의 사회공헌 롤모델로 '사회적 기업'을 꼽고 있다.
사회공헌 선진국들도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기업과 사회가 윈-윈 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모델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국민에 의해 성장한 기업은 일정 수익을 사회에 환원함은 물론, '투자-수익-고용' 순환구조 메커니즘을 형성,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도 다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사회적 기업' 육성..'정책의 체계화' 시급
전문가들은 기업과 사회, 정부가 연결고리를 잇고 자생력을 갖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사회공헌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의 사회공헌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사회적 기업'의 이상적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부 정책과 지원 방안 등을 구체화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02년 블레어 정부에서 '사회적 기업을 위한 연합'을 발족시켰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식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부서(Social Enterprise Unit)'를 창설해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법적 형태인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도 사회적 기업을 위해 개발됐고, 실무를 위한 전문 교육기관(이스트 런던 대학)도 설립됐다.
그 결과 영국은 5만5000개의 사회적 기업이 생겼고, 총 거래액은 270억파운드(46조14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역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수립과 협력, 현행제도 개선 등을 통해 발전된 사회적 기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관련법을 통해 3가지 유형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A형은 보건 사회 교육서비스 활동, B형은 취약계층의 노동통합서비스 제공, C형은 A+B 혼합형으로 취약계층을 30% 이상 의무 고용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현재 7000여개의 사회적협동조합에 20만여명 근무하고 있고, 이중 장애인(신체적·정신적·사회적인 장애 포함)만 2만5000명에 달한다.
사회적 소외자들이 스스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산의 주체가 되고 경제활동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도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교육기관이 많이 생겼고, 정부 정책 역시 고용노동부 중심에서 각 자자체로 사회적 기업 사업을 확산 하는 등 일정 부분 보완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인 메자닌아이팩 작업현장(자료제공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서울시 사회적 기업 담당자는 "2012년까지 총 87곳의 사회적 기업에 지원을 했고, 2011년 기준으로 20억원을 지원했다"며 "매년 목표 매출액의 70%를 채운 기업들에게는 인건비는 물론, 사업비 일부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해 인건비, 사업비뿐만 아니라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경영 컨설팅 등 추가 지원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인재' 유입..경쟁력 갖춘 '사회적 기업' 설립해야
사회적 기업은 적극적 일자리 개발과 장애인 취업 등 사회 취약계층의 열린 일자리 제공을 통해 정부와 기업 구성원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다.
우리나라도 민간 주도로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사회적 기업을 적극 발굴해야 할 시점이다.
또, 시장 내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수립해 안정적 울타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엄형식 벨기에 리에주대학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원은 <사회적기업의 시론적 고찰>이란 논문을 통해 "국가의 일방적인 지원과 보호를 탈피하고 더욱 더 경쟁력과 생산성 있는 시설로 탈바꿈하고자 변화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사회적 기업이 자리잡지 못한 또 다른 이유로 '자본과 인재'의 부족도 꼽히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기업 자선·종교단체 등을 통해 자본을 유치해 운영해오고 있다.
자본이 없다 보니 인재가 모이지 않고 인재가 없으니 자본이 몰리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전무하고, 여기에 사회적 기업은 경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탓에 투자자들 역시 투자를 꺼린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윤종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홍보팀장은 "2012년 기준으로 사회적 기업 수는 총 774곳으로 예비사회적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2400여 곳이나 된다"며 "장애인이나 고령자,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결혼 이민자나 경력단절여성, 청년 예술가 같은 실질적인 취약계층에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원 조달 문제와 판매경로 확대 등 매출과 이익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역량과 경영노하우를 보유한 민간기업이 시장판로 개척 지원과 판매 노하우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선심이 아닌 진심을
동시에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뒷따라야 이상적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이 장애인 작업장이기 때문에 위생문제나 품질에 대한 편견이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일을 하는 빵집”이라며 선심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인이 만드는 쿠키로 유명한 사회적기업 ‘위캔 쿠키’가 품질로 인정받고 있듯이 날개베이커리는 독일인 기술자문과 제빵 전문가 2명을 초빙해 맛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
위생에는 신경과민일 정도로 신경쓰고 있다.
'큰날개'의 정지윤 사무국장은 "우리는 장애인이 만드는 빵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고 날개베이커리라는 이름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장애인을 앞세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맛있는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자연스러운 선순환 과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날개베이커리가 문을 열 때부터 안산에서 매일 출퇴근하며 빵을 만든 홍현기씨(지적장애)는 "빵 만드는 게 전혀 힘들지 않고 매우 즐겁다"며 "작업을 거치면서 밀가루가 빵으로 만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정선희 카페오아시스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애인, 결혼 이주 여성들이 개업한 카페가 늘어나고 있지만, 열악한 지원과 부족한 경영 능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구매를 통한 재료 조달, 경영 컨설팅 등 도움을 주면 사회적 협동조합이 새로운 사회적 기업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새로운 모델 제시 'SK행복나래'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는 지난해 4월 출범한 SK그룹의 행복나래를 꼽을 수 있다.
그 동안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을 맡아온 행복나래는 정관개정을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그룹의 행복나래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란 시스템 운영을 모토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즉, 행복나래 협력업체 선정 시 일반기업체 보다 시장경쟁력이 낮은 중소 사회적 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해 구매 우선순위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제품의 질이 절대 떨어지거나 가격(단가)이 비싼 것도 아니다.
행복나래는 영세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판매 및 물류 네트워크 등의 경쟁력 향상에 힘을 보태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행복나래는 사회적 기업 우선구매액을 올해 100억원, 오는 2015년 190억원으로 늘려 편부모 가정, 고령자, 국제경혼 이민여성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온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강대성 SK행복나래 대표이사는 "국내 사회적 기업이 들어선지 6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질적 성장 측면에선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한 뒤 "연말이 되면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지원과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사회적 기업들의 품질 경쟁력은 어느 정도 있지만, 판로 개척이나 수요처 확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시장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대기업이 지향해야 할 사회적 기업의 핵심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