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IT 강국 코리아'라는 수식어는 현장에선 이미 옛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 5년간 IT를 총괄하던 정보통신부는 해체되고 방송위원회와 합쳐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설립 취지와 달리 방송법 개정, KBS와 YTN 사장 선임 등 산업 현장과 무관한 정치 이슈에만 몰두했다. 이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최시중 전임 위원장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IT 산업 육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IT 강국이란 허상에 빠졌던 MB정부는 결국 5년을 허비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했던 MB 정부의 정책적 오판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IT산업에 대해 체계적인 이해와 진심어린 육성이 필요하다.
◇MB 5년, ICT 성적표 '최악'
'작은 정부'를 표방한 MB정부는 주요 정책에서 IT산업을 배제했다.
IT 컨트롤 타워였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주요 산업이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그 밖의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산됐다.
산업융합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ICT(정보통신기술)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해당 업계에선 주무 부처가 사라진 데 대해 정권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MB정부 5년 동안 관련산업의 초라한 성적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매출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은 단 한 개도 끼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MB정부의 정보통신부 해체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나라의 ICT산업 경쟁력 지수는 참여정부 말기 3위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MB 정부 출범해인 2008년 8위, 2009년 16위를 거쳐 2010년에는 19위로 떨어졌다.
ICT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 부서 부재가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
'대한민국을 ICT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온 박근혜 당선자가 먼저 할일은 MB노믹스의 실패를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을 모두 뜯어 고치는 것이다.
◇박정희식 '국가 과학주의' 향수 위험하다
박근혜 당선자는 자신이 전자공학과 출신임을 항상 강조한다. 지난 총선에서도 이공계 출신 비례 대표를 많이 내세웠다는 점을 들며 '과학기술 대통령' 이미지를 줄곧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자의 그간 행동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점이 자주 포착돼 우려된다.
박 당선자는 과학기술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과기부뿐만 아니라 정보통신부 폐지 법안, 해양수산부 폐지법안도 공동발의하고 찬성했다.
2008년 정부 조직개편 당시 왜 과기부 폐지에 반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변은 여전은 회피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TV토론을 통해서도 박 당선자는 "우주개발 능력은 총체적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그걸 2020년까지 앞당기려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주의 과학기술정책'에 입각해 '국익 증대' 등을 위한 도구로 과학기술 정책을 설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 입국'에 대한 환상을 부추겼던 군사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ICT 시장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명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IT강국이 해법
한국경제는 아직 ICT산업을 대신할 만한 성장엔진을 갖지 못한 상황이다.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등과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한 ICT산업이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는 최대 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근혜 당선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ICT산업 육성을 위한 비전은 ▲건강한 정보통신 생태계 조성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 구축 ▲콘텐츠산업 집중 육성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방송을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 ▲통신비 부담 완화 ▲전담부처 신설 적극 검토 등이다.
제시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ICT 컨트롤 타워 역할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전담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정보통신기술은 새로운 지식산업을 창조하고, 기존 제조산업을 재창조한다"며 "제조산업 시대 정부 운영을 지식창조 시대에 부합되도록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 제2의 IT 벤처기업 창업 붐 조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IT강국 코리아를 외치며 IT에서만은 세계 최강이라고 부르짖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이상 IT강국이 아니라는 점을 MB정부 5년을 통해 깨달아야 했다.
IT강국은 단순히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스마트폰을 많이 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하드웨어 중심의 IT 강국이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산업 중심의 IT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당선자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원인 진단 없는 처방'에 머물렀던 MB노믹스를 폐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