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이것만은 바꿔라)자본시장 '찬밥대우' 그만!
(신년기획)⑦한국형 IB 육성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시급
2013-01-14 13:14:46 2013-01-14 13:17:02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공약집에는 자본시장과 관련된 내용이 딱 한 줄 있다. 공정거래법, 은행업법, 보험업법 등과 함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된 금융정책 관련 공무원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명 뿐이다. 금융위는 당초 4명을 추천했지만, 정은보 사무처장만 인수위 경제1분과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저도 새누리당 전문위원 출신인 정 사무처장이 자본시장 현안보다는 박 당선자가 강조했던 가계부채 대책이나 국민희망기금 조성 등의 정책을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증시침체 속에서 지점 폐쇄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버텨낸 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서는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어디에서도 그 희망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시장은 여전히 찬밥신세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이다.
 
◇지난해 12월18일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두고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박근혜 당선자가 거래소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탐욕스런 집단?.."인식전환 절실"
 
자본시장이 새정부 정책과제에서 홀대받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원죄와 무관치 않다.
 
금융위기 주범인 외국 대형 IB들의 탐욕스런 행태가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국내 자본시장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IB들의 행태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투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의 활로를 막는 것은 더욱 문제다.
 
정부는 선진 자본시장 육성을 목표로 한국형 IB와 대체거래소(ATS)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외국계 IB와 이제 걸음마 수준인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며 "우리나라도 대형 IB를 육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형 IB 육성은 대형 증권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조 부원장은 "자본시장은 실물경제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주무르는 힘의 논리에 좌우되지도 않고, 하청구조도 아니다"며 "대형 증권사 뿐만이 아니라 중소형사들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본금 3조원 요건을 갖추면 IB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IB 육성이 증권산업의 고도화와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망가지면 실물경제도 죽는다
 
자본시장의 발전은 지속가능한 실물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이 필요한데, 기업의 원활한 금융조달 창구로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양질의 자금을 통한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자본시장이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코스피가 3000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산업의 역할 확대를 통해 국가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이 사회책임투자(SRI), 사회적기업 육성 등에 기여함으로써 국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모두 윈윈(win-win)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은 산업계 뿐만 아니라 가계와 투자자 입장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성훈 부원장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퇴직 후 삶에 대한 재정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 상품 등을 운용해 기대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자본시장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제점만 부각시켜 자본시장을 망가지게 하면 실물경제도 같이 죽는다"며 "자본시장의 발전은 경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도 자구책 모색해야"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활로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업계는 여전히 위탁매매에 의존하고 있다"며 "홍콩 업계의 경우 채권형 투자나 기업공개(IPO) 발굴 등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고 UBS와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IB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위탁매매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성장과 저금리 상황에서 기존 수익모델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해외 부동산이나 인프라투자펀드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위축된 자본시장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만을 내세워 자본시장법 개정을 미루고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는 것은 은행에 치중된 금융산업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라도 개선돼야 한다"며 "일단 자본시장의 활로를 열어주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규제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속>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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