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모두가 힘과 지혜를 합친다면 어떤 난관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자."
지난 2010년 10월1일 LG전자에 등판한 구원투수의 임무는 막중했다. 그에게 주어진 특명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LG전자를 제자리로 돌려 놓는 것.
구본준 부회장이 자리를 옮기기 직전 LG전자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다.
회사의 핵심축인 휴대전화 사업부가 내리 적자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캐시카우로 통하던 HE와 AE사업부마저 고전하며 뇌사 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해 LG전자가 거둔 연간 영업이익은 1764억원.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가 거둔 성적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초라한 성적표였다.
◇구본준 체제 2년..3분기 누적영업익 1조 돌파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은지 2년이 지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등판한 그에게 경영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LG전자는 구 부회장의 취임 이후 재기의 발판을 다지며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실적을 통해서 확인된다. 지난해 LG전자는 28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1월부터 3분기까지 누적영업이익은 1조177억원에 달했다.
LG전자가 개선된 실적을 보인 가장 주된 이유는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한 가전이 회복세를 보인 때문이다.
지난해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MC사업부가 연간 2812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이 속한 HE사업부와 HA사업부, AE사업부가 다시금 제 몫을 해주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올해 역시 모바일을 제외한 가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HE사업부는 올해 누적 영업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5220억원을 벌어들였고, HA사업부와 AE사업부는 4454억원, 16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의 버팀목이 된 동시에 MC사업부의 부진을 상쇄해줬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 9월1일 개막한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개막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구 부회장 ‘독한 LG론’ 통했다
LG전자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구 부회장의 극약처방이 주효했던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1년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11'에 참석해 "예전 LG전자는 강하고 독하게 실행도 했는데 이 부분이 많이 무너졌다"며 '독한 LG'를 강조했다. 그해 1월 중순 열린 'LG전자 법인장 회의'에서도 사업본부와 법인장들에게 현 상황 극복을 위해 강하고 독하게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정확한 판매계획에 기반한 예측가능 경영 ▲수익구조 개선 ▲개발 및 출시일정 철저 준수 ▲품질 책임경영 ▲미래 준비 등 '2011년 5대 중점 관리 항목'을 발표하고, 매월 현장점검 등을 통해 이를 꼼꼼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LG전자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체질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품질'을 꼽으며 LG전자 구성원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품질문제로 큰 곤경에 처한 경우를 예로 들며, "품질을 놓치면 생존의 기반을 잃는 다는 각오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가전제품 매출 ‘껑충’
그의 매서운 극약처방이 통했던 것일까.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면서 그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TV의 경우 시네마 3D TV와 스마트 TV 마케팅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3D TV = LG전자'라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LG전자의 3D TV 점유율은 2010년 6.4%에서 올해 3분기까지 17.2%로 2년새 2.5배 이상 급성장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TV 제조업체 가운데 최초로 최신 소프트웨어인 '구글TV 3.0'으로 업그레이드에 나서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구글과 긴밀해진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차세대 구글TV 개발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HA사업부의 핵심인 냉장고 역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 8월 출시한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 LG '디오스 V9100'이 출시 50일만에 2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출시했던 870리터 냉장고 대비 동일기간 판매량이 40%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이 시기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내수부진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HA 사업부의 또 다른 간판인 드럼세탁기 '트롬'은 지난 10월 출시한 지 10년 만에 국내 판매 300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드럼세탁기 1위 브랜드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는 하루 820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2분마다 1대씩 팔린 셈이다.
AE사업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한 시스템에어컨 '멀티브이 슈퍼4'의 매출이 이전 모델인 '멀티브이 슈퍼3'의 같은 기간 매출보다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기존 시스템에어컨 대비 냉·난방비용을 1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건설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본 체질 강화와 미래 준비에 온 힘과 열정을 쏟아 3년, 5년 후에는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사로 자리매김하자."
구 부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기본체질 강화를 역설했다.
덕분에 LG전자는 가전사업 부문에서 지독한 대내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연이은 흑자를 달성하며 가전 명가로서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구원투수로서의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이제 '구본준 號'는 3년차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독하게 변한 LG전자가 '2013년' 어떤 행보를 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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